교단 연금은 쇄신 중…은퇴 후 최후 보루, “믿고 부을 수 있어야”
노후가 불안한 목회자들에게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교단 연금제도가 기금운용의 투명·효율성 제고를 위해 쇄신 중이다. 제도를 새로 도입하려는 교단들은 공신력 확보 차원에서 공적 연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에 따르면 총회 산하 은급재단은 가입자와 자산이 동반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열린 108회 정기총회 때 총회 기금 가운데 50억원을 연기금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자산은 500억원을 돌파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2021년 열린 106회기 총회실행위원회에서 ‘총회 총대 총회 연기금 의무 가입’을 결의한 이후 자산 증가세가 뚜렷하다. ‘납골당 리스크’를 해결한 것도 성장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992년 은급재단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하던 예장합동 은급재단은 ‘납골당 투자’ 사건에 휘말리며 요동쳤다. 이 사건은 2003년 당시 은급재단 이사장과 국장 등이 납골당에 투자해 수익을 내겠다며 재단 이사회 결의 없이 연기금 중 일부를 인출해 납골당 사업자에게 불법으로 대출한 사건이다. 이후 이를 수습하겠다며 은급재단에 큰 손해를 끼쳤다. 하지만 재단이 2020년 부실 납골당을 최종 매각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2017년 200억원을 투자한 회사가 파산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던 예장통합 총회연금재단은 부실 투자된 채권을 회수했다. 투자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이창규 예장통합 연금재단 사무국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손실 부분이 주목받았지만, 결과적으로 300억 정도의 이익이 났다”며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재단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단 연금 제도가 없던 예장백석은 2022년 제45회 정기총회에서 연금제도 시행을 확정했다. 연금제도를 직접 운용하는 대신 소속 목회자들을 공적연금에 가입시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공규석 예장백석 유지재단 부이사장은 “12개 주요 노회를 중심으로 실태를 알아보니 교단 목회자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미가입 상태더라”며 “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가장 안전한 연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10년간 내면 월 70만원 수령을 보장할 수 있다. 교단 기금과 교회 매칭을 통해 납부를 지원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회자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상임회장단회의에서는 회계사인 김영근 세정대책위 전문위원이 목회자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회신을 전했다. 목회자들이 근로소득세를 내면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김 전문위원은 “퇴직연금은 수익률과 재산 보호, 세금의 측면에서 강점이 많다”며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교단도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교단 연금(은급)제도의 역사는 1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민족운동의 ‘대들보’로 불리는 전덕기(1875~1914) 목사(국민일보 2023년 2월 4일자 10면 참조)는 1912년 ‘105인 사건’의 혐의를 받고 붙잡혀 심한 고문을 받는다. 이 일로 지병이 악화돼 1914년 별세한다. 전 목사의 소속 교단인 미연합감리회 연회(현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같은 해 6월 전 목사의 유가족과 은퇴 목회자를 돕기 위한 월 15만원의 생활비 보조를 시작한다. 이른바 ‘은급제도’의 출발점이다.
4일 전국의 기감 소속 교회들은 일제히 은급주일을 지켰다. 올해로 80회를 맞은 은급주일은 본래 ‘경로주일’이었으나 1964년부터 은급주일로 이름을 바꿨다. 은퇴한 원로 목사와 목회자 유가족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예장통합(1960년) 기성(1977년) 예장합동(1993년) 예장고신(1994년) 등 여타 주요교단들도 연금제도를 잇달아 시행했다.
손동준 장창일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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