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1년 굴렸더니…"예금보다 낫네"
[한국경제TV 전민정 기자]
<앵커>
2022년 7월부터 시범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의 1년 성적표가 처음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말 수익률이 당초 목표 수익률을 초과해 1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는데,
1~2%대인 쥐꼬리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디폴트옵션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퇴직연금의 연 평균 수익률은 1~2%대. 그동안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수익률이 5배 넘게 뛴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2년 7월 시범 도입 이후 1년 이상 된 디폴트옵션 상품들의 개별수익률을 계산해봤더니 평균 10.1%로 나타났습니다.
초저위험 상품마저도 수익률은 4%대로 올라섰습니다.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금리가 3%대인 것과 비교해봐도 '쏠쏠한' 투자 성과입니다.
[손재형 /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 : 운용 중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들의 지난해 연 수익률은 애초 목표수익률인 연 6~8% 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도 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이 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에 디폴트옵션 적립금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분기 보다 2배 이상 늘어 12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가입자 수도 불과 석달만에 88만명 증가해 480만명에 달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디폴트옵션의 90% 가까이가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있는 것이 현실.
고금리 환경에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전문가들은 '초저위험'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몇십년 간 관리할 퇴직연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의 원리금보장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운용된다면 제대로 된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 : 디폴트옵션을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뒀던 사람이 금리 상황이 바뀌거나 했을 때 갈아탈 것이냐, 그렇지 않거든요. 원리금보장에 한해 1년 이상 계속해서 거치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거나 매년 원리금 보장을 실적배당으로 유도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초저위험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디폴트옵션의 은행권 쏠림 현상도 심한 상황.
'잠자는 퇴직연금을 깨우자'라는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수익 실현을 위한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전민정 기자 j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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