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는 배역마다 은퇴설… 안재홍 “연기란 생각 안 들게 연기한다”

정진영 2024. 2. 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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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중 한 장면. 티빙 제공


배우 안재홍이 또 한 번 ‘은퇴설’을 들었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아낌없이 망가지며 배역과 한 몸이 돼서다. 보는 팬들 입장에선 배우의 마지막 연기란 생각이 든다. 은퇴설은 연기에 대한 찬사인 셈이다. 전작인 ‘마스크걸’에선 탈모에 배도 나온 오타쿠 주오남 역을 맡아 배역에 혼연일체 했는데, 이번엔 티빙 오리지널 ‘LTNS’에서 겉은 자상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남편 사무엘 그 자체가 됐다.

‘LTNS’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현실을 그대로 압축해놨다. 우진(이솜)과 사무엘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불같이 타오르던 연애를 했던 두 사람은 결혼하면서 7억짜리 아파트를 ‘영끌’해 샀지만, 집값은 1억5000만원 떨어졌다. 서울대를 나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뒤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무엘과 가정을 지탱하느라 돈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진 우진. 결혼 5년차 부부의 퍽퍽한 현실이 불륜커플 추적기와 만나면서 ‘웃픈’(웃긴데 슬픈) 웃음을 선사했다.

배우 안재홍. 티빙 제공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매 캐릭터가 다 (저와는)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이해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남아있다”며 캐릭터들과 선부터 그었다. 음침하고 변태스러운 오타쿠부터 정서적 외도를 해놓고도 ‘그냥 청소만 했을 뿐’이라며 당당한 남편까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도 안 된 사이 은퇴설만 두 번째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시청자들이) 학습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주오남을 연기하고서 은퇴설이 나왔을 때 처음엔 ‘어 나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란 생각을 했었다. 근데 지나고 나니 정말 다 내려놓고 연기했구나 하는 굉장한 칭찬의 말씀이란 걸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다”며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여러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6화 중 집 안에 비가 내리는 걸 맞으며 싸우는 사무엘(왼쪽)과 우진의 모습. 티빙 제공


연이어 파격적인 배역을 맡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새로운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주오남 역을 제안받았을 때도 고민의 시간이 길진 않았다. 새로운,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재미가 느껴지는 대본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 ‘LTNS’는 정말 새롭고 독창적이었다. 닮은 드라마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장면으로 안재홍은 6화에 나온, 집에 비가 내리며 우진과 사무엘이 싸우는 장면을 꼽았다. 이는 이솜도 마찬가지다.

우진과 사무엘은 시리즈 내내 불륜커플을 응징하겠다며 그들을 쫓아다니지만, 결국 6화에선 그 응징의 화살을 본인들이 맞는다. 극 내내 두 사람을 쫓아다니던 ‘인과응보’가 위에서 언급한 비 장면에서 절정에 이르며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온다. 안재홍은 “그 장면은 서로 상처 내는 말들을 쏟아내지만 액션신 같았다. 칼싸움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때 창밖에서 돌이 들어온 장면은 1화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우리에게 돌이 돼서 돌아왔다는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배우 안재홍. 티빙 제공


‘LTNS’는 현실감 가득한 이야기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시청자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특히 현실감을 높이는 데는 배우들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같은 날 만난 이솜은 “‘이 정도까지 얼굴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연기했다. 완성본에선 저조차 몰랐던 얼굴을 봤다”고 했다. 안재홍 역시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수록 관객 몰입도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LTNS’는 표면적으론 불륜커플을 추적하는 부부의 이야기지만, 이 안엔 영끌족부터 불륜까지 요즘 세상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녹아있다”며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우리의 얘기처럼 가까이 느껴주시면 배우로서 너무 뿌듯할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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