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 영화계 배울 점 많아"
[이선필 기자]
▲ 영화 <괴물>로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 (주)미디어캐슬 |
지난 2023년 11월 말 개봉해 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이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어른들의 무관심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진실을 다룸으로써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에 국내 관객들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차기작인 드라마 촬영 등으로 바쁜 연말연초를 보냈던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3일 내한했고, 마지막 일정으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는 중이다. 5일 영화 투자배급사 NEW 사무실에서 만난 감독은 "영화가 지금까지 극장에서 상영될 줄 생각도 못했다"며 "주말엔 송강호, 배두나 배우도 만났고 관객들의 따뜻한 관심 덕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기획과 촬영 때 다른 작품 떠올리지 않아"
칸영화제 각본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것도 있지만 <괴물>이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이 사용됐고, 사카모토 류지가 각본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기 아들이 학교 폭력에 노출됐다고 확신하는 엄마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던 영화는 돌연, 담임 선생님과 두 아이로 시선을 옮겨 이야기를 진행함으로써 진실의 복잡다단함을 설파한다.
"엄마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면 분명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확히 그 전말을 알 수가 없다. 그 엄마의 감정을 관객분들이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사카모토 류지 각본가님 생각도 같았다. 일반적인 대중영화는 사건과 그에 대한 이유가 있고, 나중에라도 이유가 밝혀지는 구성인데 현실에선 사실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많다. 이 영화 안엔 해답이 없다. 어떤 실마리도 주지 않은 채 끝맺음한 셈이다.
▲ 영화 <괴물>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한국에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 데에도 감독은 새삼 감사함을 표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지금까지의 제 작품 중에서 가장 잘해주었고, 사카모토 류지의 각본 덕이기도 하다"며 그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이나 이누도 잇신 감독님 등 훌륭한 분들 작품이 오래 전부터 한국에 소개돼 왔다. 앞선 감독님의 존재가 참 크다"고 겸손의 말을 했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
어떤 면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 이야기의 변주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비교적 근작인 <어느 가족>을 비롯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걸어도 걸어도> 등 상당수의 작품에서 그는 편부모 가정 혹은 대안 가족을 묘사하며 감동을 전해왔다. 정작 감독 본인은 어떤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어느 가족>을 예로 들면, 영화 속 형태의 가족은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가 그걸 묻는 방식으로 연출하긴 했다. 정해진 것처럼 부모와 자식 관계를 강요하곤 하는데 그걸 흔들고 의문을 던지며 또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제안하는 역할을 했으면 싶었다. 한국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일본이 특히 심한 게 어떤 평균에 대한 강박이다. 모두가 비슷해야 하고, 보통이라는 수준에 이르러야 괜찮은 삶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다름을 배척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로 고통받는 소수자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이 좀 다른 건 새롭게 바뀌어 가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사회는 변하지 않는 걸 중시하거든. 그래서 돌파구가 없어 보이고 길이 좁아 보인다. 제가 영화로 본격적으로 균열을 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계속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포착하고 싶다."
그래서 <괴물>의 마지막 장면도 여러 차례 수정됐다고 한다. 두 소년을 무사히 세상에 안착시키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도 마지막 15분 분량을 계속 수정했다고 감독은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이후 한국과의 협업도 계속 열어두고 있었다. 해당 작품에서 송강호와 아이유를 발탁한 그는 "구체적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한국 배우들과 또 함께 촬영하고 싶은 계획도 있다"며 "실명을 거론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김다미, 한예리 배우를 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이고 그밖에도 굉장히 좋은 배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에 꽤 오래 머물렀다.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더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젊은 스태프들이 씩씩하게 일할 수 있었고, 노동시간이나 각종 부조리 관리도 잘되고 있더라. 이런 점은 일본이 좀 뒤처지고 있다. 그걸 잘 반영해보려고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을 일본에 만들어 보려 지난 3년간 노력했는데 아직은 성과가 안 나오고 있긴 하다.
▲ 영화 <괴물>로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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