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PF 안 봐주고 구조조정한다"…분양가 14% 인하 목표
금융감독원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낸다. 문제 사업장의 적극적 경·공매를 추진해, 분양가를 낮추는 구조조정 선순환을 만들 계획이다. 또 재가입자라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달까지 책임분담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제 뇌관 PF, 구조조정 속도”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을 가졌다. 우선 부동산 PF와 관련해 금감원은 올해 안에 부실 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를 마무리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사업성이 낮은 곳은 지난해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 반영하게 한다. PF 사업장 정리에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약한 고리’로 꼽히는 저축은행에 대한 일대일 면담을 이미 마쳤고, 오는 8일까지 추가 충당금 적립 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할 예정이다. 여력이 있는데도 충당금을 쌓지 않고 배당·성과급을 지급하는 곳은 결산 점검을 통해 엄격히 지도한다.
무분별한 만기연장 및 연체유예가 없게 ‘대주단 협약’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는 사실상 대주단 전체 동의가 있어야 경·공매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유의미한 소수가 원하면 경·공매까지 넘어갈 수 있게 협약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안 봐주고 구조조정…저항 뚫겠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성 평가의 세부 지표를 변별력 있게 개편해 엄격한 평가를 유도한다. 이를 바탕으로 2분기 중 사업장을 재분류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한다는 게 금감원 복안이다.
하반기 중에는 사업장별로 경·공매 및 재구조화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경·공매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금융사·건설사·신탁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장애 요인 개선도 추진한다. 시장 출회 매물의 원활한 소화를 위해 금융권 펀드 조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에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시장원칙에 가까운 방식으로 부동산 PF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겠다”고 했다.
“PF 구조조정 분양가 14% 낮춰”
금감원은 이러한 부동산 PF 정리를 통해 분양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신규 주택 분양가는 공사원가·금융비용 상승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1㎡당 737만7000원으로 1년 전(642만5000원)과 비교해 14.8% 올랐다.
부실 사업장 토지가 경·공매로 나오면 기존 가격의 60%(지난해 하반기 PF 브릿지론 낙찰가율 중간값) 수준에서 매각되기 때문에, 그만큼 분양가가 싸질 수 있다. 금감원 자체 계산으로 공사원가·금융비용이 기존 가격보다 각각 24%·60% 올랐다고 가정할 때, 토지가가 60% 수준으로 떨어지면 분양가는 약 14% 떨어진다.
ELS, 이달 책임안…“재가입도 불완전 판매”
지난해 11월부터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기초 ELS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검사 중인 금감원은 설 연휴 전까지 1차 검사에 드러난 문제를 유형화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휴 이후부터 이달 말까지 추가 검사를 통해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특히 재가입자라도 ELS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재가입을 명분으로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며 슬쩍 권유했다면 금융소비자법상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원장은 금융당국의 배상 기준에 앞서 금융사의 자율 배상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 배상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금융사) 본인들이 (배상을) 수긍하는 부분은 일부라도 (배상) 해드릴 수 있다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향후 ELS 판매 금지 등 제재에 대해서는 “지금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로, 제재 등은 상당히 뒤에 정리할 문제”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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