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다점포 포기…조리 로봇·키오스크 등 자동화 열풍
조리 로봇·키오스크 등 자동화 열풍
업종 불문 다점포율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건비 부담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다점포 운영 부담이 커졌다. 대부분 다점포는 점주가 직접 출근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으로만 운영하는 ‘오토(auto) 매장’이다. 인건비 부담에 최근 부업 트렌드 확산과 인구 감소로 ‘구인난’까지 심화되며 오토 매장 운영이 이전 대비 어려워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운영하던 편의점을 4개에서 2개로 줄였다는 한 점주는 “생활용품 등 제품군이 늘었고 식음료 판매가 증가하는 등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인건비 급증에 따른 심야 운영 부담으로 예전만큼 다점포 운영 이점이 희석됐다. 오토 매장에서 점주가 직접 출근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러 브랜드에서 조리 로봇·키오스크 등 ‘매장 자동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 유가네닭갈비는 솥이 회전하는 방식으로 조리를 자동화하는 ‘오토웍’ 설치 비중을 전체 매장 35%로, 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설치를 25%까지 끌어올렸다. 고봉민김밥 역시 김밥·야채 절단기, 김밥에 밥을 깔아주는 ‘라이스 시트기’ 도입으로 구인난에 대처하고 있다. 교촌치킨 역시 로봇 개발사인 뉴로메카, 그리고 두산로보틱스와 각각 손잡고 총 2종류 튀김 로봇 운영을 시작했다.
본사 차원에서 다점포를 권하지 않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한 점주가 여러 개 매장을 운영할 경우 점주 집중 분산으로 매장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대한 ‘1점주 1점포’를 권유하며 점주가 직접 운영하기를 원하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다점포 운영은 점주 입장에서 관리에 필요한 투자가 가중 부담되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심사숙고해 결정한다”며 “한솥도시락 운영 유경험자일 것, 기존 운영하던 점포와 거리가 차로 10분 이내로 가까울 것, 기존 점포 QSC(품질, 서비스, 청결) 수준이 높아야 할 것 등 여러 기준을 충족한 점주에게만 다점포 출점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생활맥주 역시 “품질 관리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점주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권한다”며 “타 브랜드 대비 생활맥주 직영 비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파파존스 46.8%, 메가커피 30.4%
업종 전반에 걸쳐 다점포율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대세와는 별개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는 브랜드도 있다. 초저가를 앞세운 ‘가성비’ 브랜드가 다수다.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모든 제품을 5000원 미만으로 책정하는 가격 전략으로 불황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근래에는 기존 생활용품을 넘어 패션·뷰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지갑이 얇은 1020세대 관심이 급증했다. 2019년 2조2362억원이었던 다이소 매출은 2023년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번 조사에도 다이소 최근 기세가 그대로 반영됐다. 2022년 18개였던 다점포 수가 지난해 76개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 점포 수 역시 1390개에서 1442개로 뛰었다. “기존 점주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과 양도양수가 활발하게 이뤄진 덕분”이라는 게 다이소 측 설명이다.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다점포를 다 더하면 전체 매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업종도 비교적 선방했다. 특히 ‘맘스터치’와 ‘노브랜드버거’ 선전이 눈에 띈다. 맘스터치 다점포 수는 지난해 70개에서 144개로, 노브랜드버거는 6개에서 18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 역시 각각 53개·55개 늘었다. 둘 모두 가성비를 앞세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노브랜드버거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으로 상가 건물 공실률이 많이 늘었는데, 그 대안으로 임대인이 직접 투자해 창업하는 공실 임차 리스크를 줄이는 트렌드가 포착된다”며 “최근에는 수도권 외곽 유휴 토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둘 외에도 패스트푸드 업종 다점포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써브웨이의 경우 다점포율은 36.9%에서 35.7%로 소폭 감소했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가맹점 수(502개 → 563개)가 다점포 수(185개 → 201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탓에 다점포율이 줄어들었을 뿐, 다점포·가맹점 모두 증가하는 이상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년 다점포 통계가 없어 비교는 어렵지만 버거킹(10.8%)과 프랭크버거(9.7%) 역시 여타 외식 브랜드 대비 높은 다점포율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생 브랜드인 프랭크버거는 전년 대비 가맹점 수가 130개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기록한 다점포율이라 의미가 더 있다. 롯데리아 다점포율은 약 27%로 전년 대비 늘었다.
저가 커피의 활약도 가성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메가커피(30.4%)와 매머드커피(23.7%)는 커피 업종을 넘어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백억커피(23.3%), 빽다방(17.2%), 더벤티(13.1%)도 비교적 선전했다. 이디야 다점포율은 6.9%,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 파스쿠찌, 엔제리너스는 이번 다점포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빽다방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소자본·소규모 형태로 운영 가능한 빽다방, 그리고 1인 운영이 가능한 빽보이피자 가맹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창업비용과 인건비가 덜 들어가는 브랜드 수요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피자에서는 300개 매장이 넘는 이른바 메이저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다점포율(46.4%)을 기록한 ‘파파존스’, 다점포 점주 이탈이 전혀 없던 ‘도미노피자’, CGV 등 법인 출점 증가가 두드러진 ‘고피자’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무인·소형 점포, 다점포에 유리
외식 업종에서는 브랜드별로 다점포율 변화가 제각각이다. 고깃집 브랜드 하남돼지집은 다점포가 38개에서 46개로 증가한 반면, 비슷한 고객층을 겨냥하는 큰맘할매순대국은 같은 기간 55개에서 30개로 줄었다. 된장 전골 전문 브랜드로 지난해 가맹 사업을 시작한 옥된장은 가맹점 14개 중 다점포 7개로 50%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다점포 운영에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높은 인건비다. ‘무인’으로 주로 운영하는 브랜드들의 다점포율도 고공비행했다. 국내 셀프사진관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생네컷’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맹점 395개 중 60%가 훌쩍 넘는 290개 매장을 다점포 점주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점포 수 470개를 보유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브랜드 ‘응응스크르(ㅇㅇㅅㅋㄹ)’ 역시 34.1%라는 높은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창업 연령대↓, 매장 크기는↑
“다점포 창업이 구조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고금리·고물가에 구인난까지. 창업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생계형 점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점점 낮아지는 창업자 연령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3040세대, 나아가 20대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창업 공식이었던 ‘은퇴 후 창업’보다는, 직장 퇴사 후 창업 시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창업자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건 생계형 창업 증가를 의미한다. 한창 일할 나이인 만큼, 오토 매장보다는 점주 본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할 확률이 높다. 다점포 운영에 필요한 자본도 충분치 않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과감하게 창업에 나서는 점주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부모님 뒤를 이어 대대로 가게 운영에 나서는 ‘2세대 경영’도 증가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CU 관계자 역시 “신규 가맹점주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7.4%에서 지난해 15.3%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매장 크기가 점점 커지는 ‘대형화’ 추세도 다점포 운영에 불리하다. 매장 크기가 커질수록 창업비용이 늘고 자본 투입 시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형 점주에게는 수익성 관점에서 악재다.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편의점은 1~2인 가족 위주 장보기 수요가 커지면서 면적도 증가하고 있다. GS25 신규 출점 매장 면적은 2019년 62㎡에서 2023년 83.1㎡로 34% 커졌다.
커피 전문점 역시 테이크아웃 전문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형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저가 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공세에 맞서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매장 면적이 점점 대형화되고 창업비용이 늘어나면서 한 번에 여러 매장 창업 시 느끼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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