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점포 시대 끝났다···2024 프랜차이즈 트렌드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2.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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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창업과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했다. 인건비는 치솟았고 구인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장님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는 고민이 깊어진다. 사업 환경 악화로 부담이 늘어난 만큼, 브랜드 선택에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참고해볼 만한 지표가 바로 ‘다점포’다.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는 이른바 ‘투자형 점주’가 여럿 포진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 있는 자영업 선배가 직접 장사를 해본 뒤 추가 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검증’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조사에서는 점포 수는 줄이되 수익성이 좋은 소수 점포에 투자하는 ‘똘똘한 한 점포’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인건비와 운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저가 커피·셀프사진관 등 업종 강세도 포착된다.

인건비와 고금리에 ‘다점포’ 불리해져

다이소·맘스터치·저가 커피 ‘휘파람’

국내 자영업 시장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악재가 워낙 많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출과 지원금으로 겨우 연명해오던 이들은 고금리 폭탄을 맞았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었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 역시 모두 역대 최대다. 급등한 인건비와 임대료, 여기에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부담이다. 지난해 국내 외식업 폐업률은 10%대에 달한다.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자영업 위기는 이번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100여개 브랜드 중에서 전년 대비 다점포율이 늘어난 곳은 지난해 10개가 채 안 된다. 그동안 모든 조사를 통틀어 단연 최저치다. 다점포는커녕 전체 가맹점 수 자체가 쪼그라든 곳도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도 힘을 낸 브랜드가 눈길을 끈다. 다이소, 노브랜드버거, 맘스터치 등은 전년 대비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가 함께 늘었다. 저가 커피 다점포율도 타 업종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불황에 강한 ‘가성비 브랜드’가 선전하는 분위기다.

업종 불문 다점포율 추락

9곳만 올라…편의점은 7년 연속 ↓

매경이코노미는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을 조사해왔다. 프랜차이즈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복수 가맹점을 운영하는 경우 이를 ‘다점포’라고 한다. 다점포율은 전체 가맹점에서 다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처음 도입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지표가 됐다.

다점포는 ‘기존 점주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개 점포를 경험해본 점주가 수익이나 운영 면에서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추가 출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점포 수 감소는 브랜드에 있어 부정적인 결과다. 매출이 예년만 못한 경우 수익성이 더 좋은 브랜드로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점포 점주 대부분 트렌드에 따라 발 빠르게 업종을 전환하는 ‘투자형 점주’인 만큼 더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올해는 100여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다점포 수를 조사했다.

이번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점포의 추락’이다. 다점포율이 전년 대비 늘어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2년 연속 다점포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 60여개 브랜드 중 다점포율이 오른 건 8개뿐이다. 다이소, 노브랜드버거, 맘스터치, 롯데리아, 하남돼지집,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양키캔들, 교촌치킨이다. 그나마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다점포율 증가폭이 한 자릿수도 안 됐다. 양키캔들은 다점포 수는 전년과 동일했지만 가맹점이 89개에서 56개로 줄어듦에 따라 다점포율이 오히려 소폭 오른 경우다.

“올해는 다점포 공개가 어렵다”고 밝힌 브랜드도 많았다.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맹점 수나 면적당 매출 등 여타 지표와 달리 다점포 관련 수치는 공개 의무가 없다.

업종을 대표하는 1등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좋지 않다. 각각 아이스크림과 도넛 부문의 압도적 1위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5.2% → 4%)와 던킨(10.8% → 9.2%)을 비롯해 디저트 샌드위치 홍루이젠(11.7% → 8.3%), 김밥 대표 브랜드 바르다김선생(17.6% → 14.7%)도 다점포율이 하락했다. 유가네닭갈비(36% → 32.7%)와 한솥(9.6% → 5.4%) 상황도 비슷하다. 이 밖에 본죽·본도시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다점포 수는 지난해 134개에서 올해 89개로, 원할머니보쌈과 박가부대&치즈닭갈비 등을 보유한 원앤원 역시 같은 기간 134개에서 109개로 감소했다.

국내 프랜차이즈에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다점포율 감소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계속되는 추세다. 가맹점 출점은 여전히 많지만 여러 개를 운영하는 다점포 비율은 크게 줄었다. GS25는 2018년 30.6%에서 올해 22.2%(추정치)로 떨어졌고 2022년 말 기준으로 다점포 수를 공개한 CU와 세븐일레븐 역시 2018년 대비 각각 6.3%포인트, 12.1%포인트 추락했다. 이마트24는 2019년부터 다점포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특수를 누렸던 치킨 업종 부진도 관측된다. bhc치킨(6% → 5.9%)과 BBQ(15.8% → 14.5%) 모두 다점포율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치킨 가격 인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교촌치킨 다점포율은 오히려 조금 늘었다(105개 → 113개). 같은 기간 가맹점 수는 1354개에서 1376개로 증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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