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주는 게 사랑 아냐…10대 우울증, 답은 인성교육에"

임정희 사단법인 밝은청소년 이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아이들한테 다 해주는 게 사랑이 아니에요. 실수와 실패 경험을 허락하고 어려움에 닥쳤을 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해요. 거기서 자생력과 자존감이 나오죠. 그것이 곧 인성이에요.”

5일 만난 임정희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밝은터) 이사장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이 최근 5년 새 50%가량 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임 이사장은 “10대 우울증·자살의 근본 대책이 인성교육”이라며, 자신이 밝은터에서 겪은 경험담을 끄집어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밝은터는 왕따 등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던 2000년 처음 만들어졌다. 임 이사장은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당시에도 근본 대책은 인성교육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이 개발한 프로그램만 갖고 학교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학교 입장에선 외부 기관에 인성교육으로만 학급당 1년 32시간의 수업시간을 흔쾌히 내줄 리 없었다.

그래서일까. 임 이사장은 힘들게 첫발을 디딘 학교에서의 교육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했다. 6명씩 조를 지어 토론하는 수업이 끝나자 “친구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였다”, “내가 칭찬받으려면 남을 칭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는 반응이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입에서 나왔다. 따돌림을 받아 해외 이민을 준비하던 한 학생은 부모에게 “이민 가지 마요.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전했다고 한다.

밝은터는 이후 올해까지 850개 학교에서 연인원 350만여명에게 인성교육을 해왔다. 임 이사장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엄마 리모컨’에 의해 움직인다. 성적 위주 교육, 과보호라는 잘못된 사랑이 분노에 찬 아이들로 자라게 하는 것”이라며 ”분노가 축적돼 결과적으로 우울증·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도 청소년들의 폭력·우울증·자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녀 양육에 부담을 느끼다보니 출산도 기피하는 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임 이사장은 이 때문에 “그 동안 학생들 상대 인성교육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기업에서 부모를 상대하는 자녀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싶다. 친가족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과제”라는 포부를 밝혔다.

“펭귄은 영하 50도의 혹한을 안팎의 자리를 바꿔가며 몸을 붙여 온기를 나누고 생존해갑니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국가, 미디어가 세심한 허들링(huddling)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