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선엽 병장 유족 손배소 승소 "국가 은폐"

김종훈 2024. 2. 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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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국방부 벙커를 사수하다 사망한 고 정선엽 병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총 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정 병장의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국가가 망인(정 병장)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 면서 유족 4인에 대해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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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형과 누나 등 4인에 정부가 총 8000만원 배상 판결... 사건 발생 45년만

[김종훈 기자]

 광주 동신고등학교 재학 당시 고 정선엽 병장 모습. 정선엽 병장(1956~1979)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본부 지하벙커를 지키다 반란군 총탄에 숨진 조민범 병장의 실제 인물이다. 정선엽 병장의 선택은 훗날 반란군 수괴 전두환의 죄목에 '초병 살해'라는 네 글자를 더하게 했다.(광주동신고 총동창회 제공)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국방부 벙커를 사수하다 사망한 고 정선엽 병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총 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건 발생 45년만이다.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정 병장의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국가가 망인(정 병장)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 면서 유족 4인에 대해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정선엽 병장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본부 지하벙커를 지키다 반란군 총탄에 숨진 조민범 병장의 실제 인물이다. 12.12 당시 국방부 지하 B-2 벙커를 지키는 초병으로 근무하던 정 병장은 쿠데타 측인 공수부대원들에게 사살됐다. 사망 직후 '오인 사격'으로 사망했다며 '순직' 처리됐지만, 43년이 지난 2022년에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위법한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당한 사실을 인정받았다.

진상규명위의 권고를 받은 국방부가 이를 인정해 '전사'로 정정했고,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정 병장의 묘비도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됐다.

이후 유족들은 국가가 정 병장의 죽음을 은폐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정 병장의 형과 누나 등 4인이 참가했다.

이날 홍 판사는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한 듯 다른 민사 재판에 비해 선고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홍 판사는 "망인이 국방부 벙커에서 반란군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돼 전사로 사망 처리돼야 함에도,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사고로 사망한 당시 순직으로 처리하여 망인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국가의 위법행위로 고인의 생명의 자유, 유족들의 명예가 침해됐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공판 과정에서 정 병장의 유족들이 권리침해를 인지하고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순직으로 유족 연금이 지급됐기 때문에 별도 위자료를 주는 건 현행법상 '이중배상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맞섰다.

그러나 홍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진상규명위의 발표 전까지 유족들이 정 병장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고 후 유족을 대리한 김정민 변호사는 취재진에 "국가배상법의 문제로 사망 자체에 책임을 구하지 못해서 위자료만 청구했지만 위자료 인정 금액이 적지 않다"며 "사법부가 군사 반란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현충원에 있는 12.12 전사자 정선엽 병장 묘.
ⓒ 권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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