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노란봉투법, 조율과 타협 통한 변화 지향해야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박성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쓴 <"야당이 산안청 설립 기회 걷어찼다"는 조성주, 사실일까> https://omn.kr/27bv4 기사에 대한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 공동대표의 주장을 가감없이 전합니다. <편집자말>
[조성주 기자]
▲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세번째권력, 새로운선택 공동 창당 합의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두고 <오마이뉴스>에서 반론 기고가 게재됐다(관련 기사 : "야당이 산안청 설립 기회 걷어찼다"는 조성주, 사실일까). 일단 반론을 환영하고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만이 아니라 정치가 노동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전반적인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론의 요지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산업안전지원청'은 감독과 수사기능이 없기에 타협의 방안이 될 수 없고, 새로운선택 역시 50인 미만 적용 유예에 대해서 비판하는 논평을 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산업안전지원청을 넘어서 감독과 수사 기능까지 있는 산업안전보건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드는 과정 역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간에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못한다면 일단 산업안전지원청으로 출발해서 기능과 역할을 추가하고 강화해가는 방법도 있다.
'산업안전지원청 설립', 완벽한 출발 아니더라도 의미 있어
가령 정의당이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은주 의원 대표발의)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청은 재해의 조사, 감독, 지도, 재해 예방 및 예방 관련 기술적 재정적 지원, 재해자의 재활, 산재보험 보상 등을 담당하는 상당히 포괄적인 조직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실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기획원의 공정거래과가 1981년 공정거래위원회로 독립되고, 이후 90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사무 이양, 1999년 방문판매 및 할부거래, 2008년 소비자거래 관련 사무를 이양받은 사례가 있다. 산업안전보건청도 처음부터 100%의 조직으로 출발하면 좋겠지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조직이므로 그 필요성과 역할 확대를 합의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새로운선택의 공식적인 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에 대해서 반대였다. 그런데 정치의 현실은 원칙과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 행정부와 집권여당은 이미 적용 유예를 입장으로 정해놓은 상황이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정부로서는 2년째 계도기간을 적용 중인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최장 52시간제처럼,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시행 또한 사실상 유보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면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별도의 행정기관을 출범시키는 것은 반보(半步) 전진일 수 있었다. 예방과 기술지도가 전부인 기관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민간인 신분인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이 책잡히는 게 두려운 사업주들에 의해 예방지도를 위한 사업장 방문조차 거부당하고 있는 현실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극단적 대립의 상황에서 타협의 공간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원칙만 고수해서는 타협은 만들어지 않는다. 때문에 산업안전지원청 설립이 여야 간 합의될 수 있다면 적용 유예를 받아들이고 그 기간 동안 노동부가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다. 더구나 노동부 외청을 실제로 설치하는 구체적인 협상이 전개되면 노동계나 진보정당의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지난 2023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의결 투표 결과 부결되고 있다. |
ⓒ 남소연 |
마찬가지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우리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은 처음과 달리 노조법 3조(손배제도 개선) 개정에서 시작해서 노조법 2조(사용자 정의 개정)의 문제의식이 추가된 것이다. 정말 이 방법이 옳았을까?
대통령의 거부권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난점이 상당한 2조 사용자 정의 개정을 3조 손배 문제와 분리할 수 없었을까? 손배소 문제를 우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정도에서 여야, 대통령실, 그리고 노사가 잠정적 타협을 해볼 수는 없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십수 년간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노력해온 과제가 허무하게 거부권 행사라는 이벤트로 사라지지는 않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민주주의 정치는 입장과 의견이 다른 집단 간의 조율과 타협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만사에 선과 악을 심판내릴 수 있는 신(神)이 아니다. 정당과 정치세력 누구도 정의와 불의로 서로를 규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서 그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차악을 선택하는 답답한 과정임을 우리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민주주의 정치는 차선과 차악의 축적을 통해 최선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오래가며, 또 시민들의 삶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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