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서귀포] 박태하 포항 신임 감독 “저만의 축구 하겠다, 목표는 ACL”
김명석 2024. 2. 5. 15:30
“저만의 축구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태하(56) 포항 스틸러스 신임 감독이 ‘확 달라진’ 포항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김기동 전 감독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우고, 자신만의 포항을 그려가겠다는 각오다. 핵심은 공격적이고 역동적이면서 ‘간절함’이 더해진 축구다.
박태하 감독은 5일 제주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진행된 2024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 참석해 “선수들의 내면에 있는 모든 걸 꺼내는 간절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경기력에 선수들의 간절함이 합쳐진다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감독은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난 뒤 포항의 제13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1991년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포항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한 구단 역사상 최초의 ‘원클럽맨’ 출신 감독이다. 다만 앞서 김기동 감독이 다섯 시즌 동안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박태하표’ 포항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박태하 감독은 “사실 큰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 변화를 줄 계획이었다”면서 “그런데 선수들이 전술에 대한 이해도, 내가 원하는 전술에 대해 빨리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포메이션 등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대신 ‘저만의 축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제카, 고영준, 그랜트 등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목표로 삼은 것 역시 달라진 포항의 모습에 대한 자신감이다. 박 감독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현재 선수들의 재능을 극대화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그는 “선수들이 많이 떠났지만, 지금 있는 선수들도 굉장히 소중하다. 전임 감독 시절의 경기력을 생각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우리가 가진 자원을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포지션마다 경쟁을 하고 있다”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ACL까지는 올라가고 싶다”고 자신했다.
'레전드' 꼬리표를 지우고 감독으로서 당당히 평가받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박태하 감독은 “포항이라는 팀은 시작과 끝을 함께 한 팀이다. 감독으로 취임한 건 그래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라면서 “그러나 감독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레전드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박태하 체제의 새 출발을 기대하고 있다. 홍윤상은 “훈련한 지 많이 안 됐지만 전술적으로 굉장히 훌륭하신 것 같다. 전술적으로 다방면에서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격도, 수비도 상대를 어떻게 파헤쳐 나갈지 저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태하 감독 일문일답.
- 전지훈련 소감은.
“작년 12월에 포항으로 오게 됐다. 정식으로 1월 3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한 달 남짓 준비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다음 주에 전북 현대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다. 시즌을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포항 감독 부임 전 감독 공백 기간이 길었다.
“연변 푸더(2015~2018년)를 나와서 중국 여자축구도 있었다. 2020년부터는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실 때는 공백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하시지만, 연맹 기술위원장으로서 한 발 건너에서 모든 경기를 봤다. 현장의 뜻을 완전히 굽힌 건 아니었기 때문에 ‘저 팀의 감독이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독으로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부임하고 나서 훈련을 지휘하면서 어색할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어색함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지만, 지금 포항에 좋은 선수들, 스마트한 선수들이 많다. 빨리 이해하고, 운동장에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저는 다음 주 경기가 사실 기대가 된다.”
- 기술위원장으로서 봤을 때 견제됐던 팀이 있다면.
“우리가 상대할 팀들 중엔 만만한 팀들이 없다. 속도가 빨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려서는 팀, 전방 압박하는 팀 등 여러 색깔이 있다. 각 팀의 색깔에 맞는, 우리가 대전할 팀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 올 시즌 보여주고 싶은 박태하 감독만의 축구 스타일은.
“모든 감독들이 다 그렇겠지만,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여기에 선수들이 내면에 있는 모든 걸 꺼내는 ‘간절함’도 강조하고 있다. 간절함이 경기력과 합쳐진다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시안컵이 진행 중이다. 대표팀에 조언이 있다면.
“어느덧 4강까지 올라갔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팀에 큰 기대가 크다. 전술적인 점은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전에 나오는 퍼포먼스가 처음부터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 2경기가 남아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국민이 염원하는 우승을 달성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응원하겠다.”
- 다른 팀 감독직 제안을 받고도 ‘포항이 아니면 안 맡는다’고 했다던데.
“연맹 기술위원장 재직 중에 제의를 받은 건 사실이다. 다만 어떤 팀인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웃음).”
- 포항 레전드로서 감독을 맡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 김기동 전 감독의 성과에 부담도 될 것 같은데.
“지금 포항이라는 팀은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감독으로 취임한 건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레전드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아시다시피 전임 감독의 능력을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선수들이 많이 떠났지만 지금 있는 선수도 굉장히 소중하다. 이전의 경기력을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우리가 가진 자원을 능력을 끌어내서 어떤 위치에 어떤 선수가 적합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실 포지션마다 경쟁을 하고 있다. 선수들을 믿고 다음 주 경기에 믿고 최선을 다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 이호재에게 기대하는 그림이 있다면.
“이호재는 공중볼에도 강하지만 발로 공을 다루는 기술도 갖고 있는 선수다. 실수를 조금만 더 줄인다면, 출전 기회 등에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 서울과 경기를 치르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상대가 FC서울이라고 특별하게, 다르게 준비하기보다는 선수 전체가 간절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 감독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팀에 같은 비중으로 선수들의 간절함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부임 첫 시즌 목표로 하는 성적은.
“현실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시간도 많이 없다. 그렇다고 위축돼서 목표를 낮게 잡고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는 올라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전임 감독 체제에서 큰 변화가 있을까.
“원래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 속에 변화를 주려고 접근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전술에 대해서 이해도라든지, 제가 원하는 전술에 대해서 빨리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포메이션 등을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저만의 축구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완델손에게 외국인 선수 최초로 주장 완장을 맡겼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고참 선수 몇몇 선수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서 선임을 하게 됐다. 완델손 선수는 충분히 포항의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 선수다. 외국인 선수들도 쉽게 적응하고, 어린 선수들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와주고 있다. 국내 선수들과도 굉장히 친하다. 소통이 전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기에 주장을 해도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센터백 누수에 대한 공백이 크다는 외부 지적이 있는데.
“떠난 선수에 대해서는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지금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걱정이 될 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센터백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중앙 수비수 개인의 능력보다 팀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수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 수비를 하고, 될 수 있도록 수비가 많이 할 수 없도록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서귀포=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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