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에선 빈번..." 꼼수 문서 만드는 공무원들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본 의원은 지난 기사(10년 전 제품을 8억에?... 강동구청의 '이상한' 수의계약)에서 강동구청의 이상한 수의계약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다른 구청과 달리 굳이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한 것은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기 위함이 아닌지, 또한 그 제품이 계약서대로라면 입찰 가능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 구청의 설명자료 |
ⓒ 이희동 |
물품분류번호의 오류
강동구청에 따르면 A업체와 맺었던 계약서에 표기된 물품식별번호는 실제로 설치된 제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구청에서 물품을 계약하기 위해서는 조달청 목록정보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때는 그와 가장 유사한 제품의 물품식별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한다고 합니다.
즉 이번의 경우 강동구청은 10년 전 코드의 제품을 쓴 것이 아니라, 아직 특허를 받지 못한 A업체의 제품을 계약했으며, 이를 등록할 수 없으니 그와 가장 비슷한 2013년에 등록된 제품 코드를 계약서에 입력했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에 등록된 코드는 특정한 제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침수방지용차수판'의 범용적인 코드라는 것이 구청의 입장입니다.
▲ 뒤늦게 등록된 A업체의 제품 |
ⓒ 이희동 |
이후 A업체는 9월 7일에 제품을 조달청 시스템에 등록했지만, 강동구는 계속되는 서울시의 재촉으로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차라리 앞서 언급한 관행을 통해 7월 24일에 계약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물품구매가 담당 업무인 한 공무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근 10년 동안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사는 경우 비슷한 코드를 찾아야 했고, 특히 수의계약의 경우 이런 사례가 빈번하다."
문서로 말을 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그릇된 관행으로 거짓 문서가 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어떤 제품을 썼을까?
물론 이와 같은 관행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구류와 같은 작은 규모와 예산의 물품을 구매할 때는 이와 같은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경우와 같이 적지 않은 예산의 수의계약이 맺어질 때 벌어집니다. 8억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계약서에 다른 제품 코드를 입력한다? 계약서만 가지고는 사용된 제품을 알 수 없다?
강동구청과 A업체와 맺은 계약서에는 A업체가 특허 출원 중이던 제품이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계약을 맺기 위해 행정 내부 방침서에는 언급되어 있는지 몰라도, 당사자 계약 간에는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는 행정의 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의회로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과 같이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 자체가 의심되고, 또한 어떤 제품을 썼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행정의 이와 같은 그릇된 관행이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구청은 업체가 어떤 제품을 썼는지 무슨 근거로 비판할 것이며, 의회는 무엇을 기준으로 집행부의 사업을 살펴볼 수 있습니까?
특히 치수과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같은 기술직 부서라고 하더라도 도로과나 건축과 등은 도로나 공원 등을 보수하고 개설하는 데 있어서 그 제품들이 눈에 보이지만, 치수과의 경우는 구매 제품들이 지하로 들어가는 순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서류만이 유일한 확인 방법인데, 그 서류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니 황당한 일입니다.
▲ 거짓코드로 작성된 계약서 일부 |
ⓒ 이희동 |
또한 아직 강동구청의 '2023년 일체형 물막이판 제작구매 설치 계약'에 대한 질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구청은 계약서의 물품분류번호가 실제 제품이 아니라 단순 코드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답이 되지 않습니다.
왜 강동구청은 천재지변 등에 의한 무리한 근거를 대면서까지 A업체와 1인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왜 단독 특허 거짓말을 통해 A업체의 영업을 해줬는지, 그리고 왜 아직까지 272군데의 주소록을 제출하지 않는 것인지 답변하기 바랍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관련기사]
- 10년 전 제품을 8억에?... 강동구청의 '이상한' 수의계약 https://omn.kr/279jc
- 강동구청의 희한한 '단독 특허'...무산된 행정사무조사 https://omn.kr/276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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