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하던 부부 "차에 있던 맹견에 물렸는데 고객은 우리 탓이라네요"
개 3마리 입마개·목줄 없이 차에 승차해 있어
경찰, 맹견이 차에 있어 블랙박스 확보 안 해
대리운전하다가 고객과 함께 차에 있던 맹견에게 자신과 아내가 크게 물리고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사연에 누리꾼이 공분하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맹견에게 사람이 물려 피 흘리고 있는데 구경하는 견주"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두 달 전부터 아내와 함께 2인 1조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A씨가 고객 차량을 운전하면 아내가 자차로 A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뒤따라오는 방식이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도 아내와 함께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객의 전화를 받고 탑승한 차에 맹견 로트와일러를 비롯해 차우차우와 또 다른 작은 개까지 총 3마리 개가 입마개나 목줄도 없이 차에 승차해 있었다. A씨는 "새벽 2시 30분께 과속을 한다는 이유로 젊은 고객이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차를 세우게 했고 저와 고객이 차에서 내렸고, 고객은 보조석 차 문을 열어두고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객이 계속 욕을 하면서 저를 밀쳐 차로 따라오던 와이프가 이걸 말리는 중에 로트와일러가 차에서 나왔다"며 "와이프 머리채를 물고 흔들면서 끌고 가 와이프가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저는 고객 밑에 깔린 상태에서 개를 밀쳤는데 개가 손을 물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 공격 대상이 A씨로 바뀌었다. 아내가 개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견주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사이 A씨 손은 맹견에 공격당해 피투성이로 변했다. 살점이 찢어지는 등 누더기로 변해 결국 병원에서 전치 4주가 나왔고, 머리를 공격당한 아내도 전치 2주를 입었다.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견주는 대리기사가 먼저 폭행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경찰에 차량 블랙박스 확보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개가 차에 있다는 이유로 블랙박스 확보를 안 했다고 한다"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A씨를 뒤따라오던 아내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어, 이것이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저와 와이프는 개에 대한 공포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경찰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며 "정신적인 피해가 너무 큰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 누리꾼은 "주변 CCTV라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개 있다고 블랙박스 확보를 안 하다니", "지금 당장 변호사부터 선임하라", "사람 문 개는 바로 안락사시켜야 한다", "개가 아니라 주인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맹견 키우려면 30일 내 허가 신청해야…수입신고도 의무화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개 물림 사고는 매년 2000건을 웃돌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2월 맹견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정부가 맹견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가입률은 7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자 사정으로 등록되지 않은 맹견이 있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맹견 책임보험 가입률은 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오는 4월 말부터 맹견 소유자가 엘리베이터, 복도 등에서 맹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유자에게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4월 27일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정한 하위 법령 개정안으로, 맹견 관리 내용이 담겼다.
법에서 정한 '맹견'은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등 총 5종으로 이외에 사람·동물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기질 평가 결과 맹견으로 지정된 개도 포함된다.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맹견사육허가제’ 도입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사육을 허가받아야 한다.
허가 여부는 맹견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신청 후 120일 이내에 결정되며, 사육이 불허된 경우 신청자는 지자체에 동물 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 맹견 사육이 허가된 경우라도 맹견이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해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경우엔 사육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사육 허가가 취소되면 맹견은 인도적 처리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개 물림 사고 방지 등을 위해 맹견의 실내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맹견 소유자는 엘리베이터, 복도 등 실내 공용 공간을 이용할 때 맹견을 안거나 목줄의 목덜미 부분을 잡는 등 맹견의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차 위반 시 100만 원, 2차 위반 시 200만 원, 3차 위반 시 300만 원 등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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