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하마스 침공 부른 이스라엘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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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5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그동안 여군들의 의견을 무시해 온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의 '유리천장(glass ceiling)'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침공하기 이전부터 정보부대에 근무하던 여군들이 하마스의 불온한 움직임을 보고했지만, 이것이 모두 묵살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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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5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그동안 여군들의 의견을 무시해 온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의 ‘유리천장(glass ceiling)’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침공하기 이전부터 정보부대에 근무하던 여군들이 하마스의 불온한 움직임을 보고했지만, 이것이 모두 묵살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여성징병제가 시행 중인 이스라엘에서 여군은 대부분 정보수집 및 방첩부대에 근무한다. 특히 국경초소 감시 카메라를 모니터링하는 지휘센터는 90% 이상이 여군들로 구성돼 있다.
이 모니터링 대원들이 하마스의 불온한 움직임을 교차 보고하기 시작한 것은 하마스 침공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부터였다. 주로 19~24세의 젊은 여성 대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 부대 병사들은 24시간 교대로 감시 카메라를 통해 자신들이 본 하마스 부대원들의 움직임이 이전과 다르다며 대대적인 침공 우려가 있다고 상관들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수뇌부는 의무 복무 여군들의 보고를 계속해서 무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군들은 주로 후방 업무를 맡고 최전선에 투입되지 않아 전투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남성 장교들은 그들의 경고를 중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스라엘군 내 퍼져 있던 암묵적인 유리천장 관행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하마스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유리천장이 완전히 날려버린 꼴이 됐다. 군 수뇌부의 안일한 판단 속에 하마스의 침공이 개시된 지난해 10월7일은 이스라엘 고유 명절인 초막절 연휴를 맞아 국경부대 수비병력들도 대거 휴가를 떠났다. 이틈을 타 남부 국경지대 전역에 걸쳐 하마스군이 이스라엘의 분리장벽을 밀어버리고 쳐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국경 초소에 남아 있던 이스라엘 여군 모니터링 대원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하마스의 침공 이후 진행된 군 내부의 조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스라엘 여군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후 여군도 최전선에 투입하고, 대신 남자들과 공평하게 대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이제는 여군도 가자지구 최전선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군의 유리천장 사례는 여성징병제를 도입 중이거나 저출산 문제로 도입을 검토 중인 나라들 모두에 큰 교훈을 준다. 1948년 건국 이래 무려 70년 넘게 여성징병제를 유지 중인 이스라엘조차 유리천장 문제로 적의 침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여성징병제 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율이 매해 인류사 최저치를 경신하며 여성징병제 논의가 한창 뜨거워진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산술적으로 병력이 부족하다고 무작정 여성징병제를 시행해 머릿수만 채우다 보면, 더욱 다양한 문제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징병제 시행을 둘러싼 찬반 논란의 중심이 비용문제나 성군기 문제 등 눈에 보이는 문제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매우 폐쇄적이었던 군대문화, 현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심해지고 있는 젠더 갈등과 같은 가치문제들을 해소할 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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