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 보복공격한 바이든 "더 하겠다" 의회에 통보

서유진 2024. 2. 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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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달 미군 사망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이라크·예멘의 이란 연계 세력을 연달아 공격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가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미 의회에 통보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과 패티 머리 상원 임시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미군과 시설에 대한 일련의 공격에 대응하고자 필요시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IRGC 연계 인사·시설 등에 대해 추가 조치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한에서 "미군은 IRGC와 연계한 민병대가 본부·지휘통제소·무기저장소 등으로 사용하는 시리아·이라크 내 시설들을 겨냥한 공격을 단행했다"고 앞서 2·3일 진행된 공습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 공격은 IRGC와 연계 세력이 미국 인력과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수행 및 지원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취해졌으며 갈 등고조 위험을 제한하고 민간 사상을 피하는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셋째)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오른쪽 끝)가 육군 수송팀이 미 육군 병장의 유해가 담긴 관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의회 패싱 논란에 "자위권 행사" 강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낸 건 '의회 패싱' 논란을 의식해서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정부가 중동 내 군사행동을 계속하려면 전쟁 선포권을 가진 의회에 사전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수반으로서 헌법상 권한에 따라 국내외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책무에 부합하며 국가 안보와 대외정책 이익을 증진하는 군사행동을 지시했다"며 미국이 국제법과 자위권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 패싱' 논란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에선 미군 사망 엿새 만인 지난 2일 단행된 보복 공격을 두고, 공화당 일각에선 군 대응이 너무 늦었고, 이란을 직접 때리지 않았으며, 표적을 사전에 암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이틀 연속 이란 연계 세력을 공격했다. 2일에는 시리아·이라크 내에 있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거점 85곳을 타격했다. 로이터통신은 85곳 공격으로 약 40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3일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내 후티 반군 시설 36곳을 영국군과 함께 공습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요르단 미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친 데 따른 보복이다.


설리번 "이란이 공격 시엔 美도 신속 반격"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NBC 방송에 출연해 미군 3명이 친이란 민병대 공격에 사망한 데 따른 보복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보복은 지난 2일 (시리아·이라크) 공격으로 시작됐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추가 공격을 이어갈 것이며, 이를 통해 미국은 우리 군이 공격받을 경우 보복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보복에 따라 중동에서 확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 그는 "미군 사망에 따른 대응일 뿐 확전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모든 사태의 배후인 이란을 직접 공격할지 묻자 "공개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역으로 이란이 미국에 직접 반격할 경우에는 신속하게 반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ABC뉴스에 출연해선 이란의 직접 반격을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비상상황에 준비돼 있다"며 "그들(이란)이 미국에 직접 반격하는 길을 택하면, 그들은 우리의 신속하고 강력한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설리번의 언급과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설리번 보좌관이 이란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FT "이란, 英은행 이용해 美제재 피해"

한편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란이 영국 대형은행 2곳을 통해 미국 제재 망을 피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수년간 이란 제재 정책을 펴왔지만, 이란은 그간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 은행권을 이용해 제재를 우회해왔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석유화학상업회사(PCC)의 영국 페이퍼컴퍼니가 로이드, 산탄데르UK 등 2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자금 세탁에 활용했다.

이에 대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보수당 의장인 알리시아 컨스는 "영국 내 IRGC 관련 기업들과 관련,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민간사업·무역위원회의 노동당 위원장인 리엄 번도 "적대적 정권(이란)에 대한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춰 행동하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기업이 영국에서 자유롭게 금융 거래를 했다는 건 불명예스럽고 충격적인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라크 시아파 무장단체 대원들이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와 시리아 내 85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했다. AP=연합뉴스

블링컨 4~8일 중동 순방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4일~8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카타르·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중동을 순방 중이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블링컨 장관의 중동행은 벌써 5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고민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매체는 블링컨 장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질 석방을 위한 합의 보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라 전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증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진 가운데 미국 입장에서는 휴전을 끌어내는 게 최우선 과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4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이후 다섯 번째 긴급 중동 방문의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 손을 흔드는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이란 연계 세력을 응징하겠다면서도 거의 1주일 전부터 보복을 예고해, 사실상 IRGC 고위급 인사들이 폭격 예상 지점에서 몸을 피할 시간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 정부가 추가 공격을 예고한 것도, 이란과 중동 내 반미 무장세력이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엄포'에 가깝다고 봤다. 그 사이에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를 끌어내는 게 미국이 그린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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