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82% "의사 인력 지금도 충분… 의대정원 확대 근거 없어"

신은진 기자 2024. 2. 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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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0명 중 8명은 의대 정원 확대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DB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고 알려졌으나 여전히 의료계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10명 중 2명은 이미 의사인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들은 의사 증원 시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과대학 정원 및 관련 현안에 대한 의사 인식 조사' 정책현안분석을 5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현재 정부가 밝힌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한 인력 정책, 필수·지역의료 해결을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수행됐다.

연구는 대한의사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 10일부터 11월 17일까지 1주간 진행됐으며, 총 4010명이 조사에 응답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 의사 회원들의 찬반 입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4010명) 중 81.7%(3277명)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고 응답하였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49.9%) 향후 인구감소로 인한 의사 수요 역시 감소 될 것이기 때문에(16.3%), 의료비용의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 과다한 경쟁 우려(4.4%) 등의 순이었다.

정원 확대 찬성 입장(733명)의 이유로는, 필수의료 분야 공백 해소를 위해(49.0%),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24.4%),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서(7.9%) 등의 순이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의과대학 정원을 의과대학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6.5%(2508명)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지역의료 확충을 위한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 51.5%(2,064명)가 찬성 48.5%(1946명)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의 의료 질 차이를 초래(28.1%), 일반 졸업생들과의 이질감으로 인해 의사 사회에서 갈등을 유발(15.6%), 지역인재 전형 인재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 저하 가능성(9.4%) 등의 의견이 있었다.

지역의사제 정원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10년간 의무복무 하도록 하는 일명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2%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하였고, 35.6%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또, 의사들이 생각하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에 대한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45.4%, 1,826명),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36.0%, 1,445명), 과도한 업무부담(7.9%, 317명) 순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뺑뺑이’ 사태의 해결방안으로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36.2%), 응급환자 분류 및 후송체계 강화(27.5%), 의료전달체계 확립(22.6%) 등의 의견이 있었다.

‘소아과 오픈런’ 사태의 해결방안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운영 관련 지원(47.2%), 소비자들의 의료 이용행태 개선 캠페인(14.0%), 조조·야간·휴일 진료 확대 지원(8.1%), 실시간 예약관리 시스템 개발 및 보급, 특정 시간대 파트타임 의사 고용 지원 등이 제안됐다.

정부가 발표한 국립대 병원 중심 육성, 중증・응급의료, 소아 진료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필수의료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평가는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62.3%)가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1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섣부른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질 저하와 향후 의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필수의료 분야 수가의 합리화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이 우선 해결되어야 하며,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공의대 신설이나 지역의사제 도입의 경우 외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최근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의료 접근성, 수술 및 입원 대기시간, 건강 지표 등 의사 수 과부족을 판단하는 다양한 지표들은 배제한 편향된 일부 연구결과만 반영한 수치로 보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 원장은 “전문의 한 명을 양성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리고 약 10억 가까운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의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의료비 증가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산술 계산 방식으로 의사 수 과부족을 판단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 원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인 수요조사에 기반을 두어 의대정원을 대폭 확대할 경우, 지금도 위태로운 건강보험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추후 국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인력 추계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의료체계나 의료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단순 수요조사가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적정 의사인력을 산정하고,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 수급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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