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 선언 이재명 "권투서 칼 드는데... 냄비뚜껑이라도 들어야"

국힘 위성 창당 움직임에 '민주당 책임' 강조... "여권 반칙에 표심 왜곡, 정당방위로 임시비례정당"

[조혜지, 안현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즉 민주진보개혁 세력의 '연합비례정당' 참여를 공식화한 가운데, 그 명분을 여당인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에서 찾았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협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위성정당 발기인대회까지 마치고 당명까지 정한 것 같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찍은 표는 100%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에 반영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투표 결과가 봉쇄돼 표심과 주권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힘, 까치밥 감까지 먹겠다는 것"... '맏형' 민주당 책임·권한 강조

사실상 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이 대표는 "당연히 위성정당 같은 형태는 없어야 하지만, 상대가 권투 경기에서 칼을 들고 나오면, 칼을 들 수 없는 규칙을 만들자고 해도 끝까지 거부하면 같이 칼을 들진 못해도 냄비뚜껑이라도 들어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표심이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연동형을 통한 비례성 강화라는 중요한 과제도 외면하지 못하므로, 그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를 반영한 '절반의 위성정당'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과의 차이점을 계속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기치 아래 함께 연합하나, 선거 이후엔 합당하지 않는 점에서 기존 위성정당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설득을 위한 비유도 계속 이어졌다. 이 대표는 "집권여당은 그야말로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 한쪽까지 다 따먹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까지 다 가져간다고 하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당방위적 응급 대응 조치를 하자는 취지로 일종의 임시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맏형' '책임'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앞으로 진행될 비례 연합 협상에 대한 민주당의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범야권 진보개혁 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므로, (준연동 선택에 대한) 책임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 양보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지만, 그게 도덕적이고 멋있고 합리적이냐라고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정치는 현실이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민주당이 그 (책임의) 크기와 맏형의 지위에 맞게 주도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준연동 결론, 2~3일 전 결정... 최종책임자가 책임지는 게 바람직"

책임의 주체는 곧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선거제를 언제 결단했느냐'는 질문에 "고심을 해왔던 것이지 어느 한 쪽의 마음에 따라 결정한 적은 없다"면서 "2~3일 전 쯤 사실상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정에 따른 후폭풍과 책임이 너무 막중할 것이므로, 권한을 가진 최종 책임자가 결정하고 책임도 다 지는 게 바람직하기에 제가 (결정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결정은 추후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 수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의 구체적인 복안으로 '준위성정당'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만 지향하는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이 아닌 소수정당, 정치세력들의 후보도 배제되지 않도록, 100%는 아니더라도 비례를 상당수 확보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다르다"면서 "절반은 위성정당, 절반은 연합플랫폼 형태로 반반쯤 섞여 있어 '준위성정당'이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총선 영입인재들이 비례정당으로 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가 하고 있는 여러 고민 중 하나"라면서 "계속 고민하겠다"고 갈음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준위성정당' 창당으로 총선을 치르게 된 사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상대가) 반칙할 수 없도록 위성정당을 만들 수 없는 제도까지 한꺼번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것을 충분히 하지 못해 이런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위성정당을 막아 제도를 실효성 있게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우리가 책임질 부분이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의 '준연동' 선언에 대한 지도부들의 입장은 '총선승리를 위한 단합'으로 귀결됐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전당원 투표를 통한 선거제 결정을 주장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결단을 존중한다"면서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총단결로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탈환하자"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던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오늘 결단은 국민과 역사적 진보를 향한 맹세"라면서 "한 명, 한 명의 국민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이 더 큰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준연동형 유지'로 단결... "한동훈, 허 찔려 초조한가" https://omn.kr/27b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