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 꺼낸 한동훈 "연동형 유지? 5천만이 왜 이재명 눈치 보나"
[이경태, 남소연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제를 정당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더 배분하는 현행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4월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개인의 의사에 따라 선거제도가 결정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현행 준연동형 유지 혹은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던 민주당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선거제 당론 결정과 관련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 : 이재명 "준연동형에서 승리의길 찾겠다...통합형비례정당 추진" https://omn.kr/27br4).
"논리적·필연적 근거 없는 준연동형... 왜 5천만 국민 이재명 눈치 봐야 하나"
한 위원장은 같은 날(5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중 이를 확인한 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왜 그렇게 계산해야만 하냐에 대한 논리적, 필연적 근거가 없다. 저도 봐도 헷갈리니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은 알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입장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오늘 아침 대부분 (이 대표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발표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나. 그런데 반대로 갔다"면서 선거제도 관련 민주당 입장이 이재명 대표의 의사와 기분에 따라 결정된 것이란 취지의 비판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나.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4월 10일 선거(총선)에서 이를 심판하지 못하면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민주주의 파탄이 더 심화되고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요구했던 현실을 '삭제'하고, 이재명 대표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현행 준연동형 유지가 결정된 것인양 규정한 것.
국민의힘은 따로 논평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가 거대야당 민주당도 아닌, 사실상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식 밖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말을 돌려가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지만, 결론은 '준연동제'였고 결국 그럴싸하게 포장한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또 다시 민주당 '정략의 산물'이 탄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병립형 선거제로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국민 누구나 이해하고 명확한 민의의 반영이 될 수 있는 병립형에 대해 끝까지 설득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 남소연 |
하지만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대비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칭)' 창당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위성정당 창당 준비 사실을 공식화 한 바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5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위성정당 창당 준비는) 불가피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이 그렇게 나오는데 우리 당이 손 놓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띄운다면, 한동훈 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성정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입법적 취지를 무시하고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인데 그것을 만드는 게 '준법'을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자산과 모순된다는 지적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5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에 비해 도덕적 우위, 준법성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라면서 "이 대표는 (준연동형 유지-위성정당 창당) 그런 선택을 했다고 치지만, 평생 사법 영역에서 삶을 살아온 한 위원장이 선거법에 준하는 정치행위를 할지, 아니면 다른 레토릭으로 회피하려고 하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검사는 불만 없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법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집단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한 위원장은) 선거법에 대해서는 취지에 맞지 않는 다른 해석을 할 것 같다"라며 "이미 그런 준비(위성정당 창당)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 위원장이) 만약 다른 판단을 하신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위성정당 창당을 입법적으로 막지 않았단 점에서 "직무유기"라고도 비판했다.
이와 관련 그는 "개혁신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 자신 있다"면서 "그와 별개로 위성정당이 현재 선거법 취지에 반하는 건지, 부합하는지는 명확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당이 이게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법을 개정했어야 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입장처럼 '고심 끝에 위성정당', 이런 건 고심의 흔적이 보이지도 않고, 그냥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준연동형에서 승리의길 찾겠다...통합형비례정당 추진"
- 한동훈이 비호한 영수증 '휘발'·결제시간 '은폐'...이것 때문이었나
- 김경율 불출마는 대통령 의중? 한동훈 "잘못된 해석"
- 학교가 준 일장기 찢은 할아버지... 충격받은 손자가 커서 한 일
- 태영건설이 끝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
- 한동훈의 아킬레스건 '고발사주'
- KBS서 혼자 말한 윤석열, 김포서 못 지킬 약속한 한동훈
- '준연동형 유지'로 단결... "한동훈, 허 찔려 초조한가"
- "야당이 산안청 설립 기회 걷어찼다"는 조성주, 사실일까
- 김동연 "한동훈, 이태원 참사-쌍특검법에는 왜 귀 닫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