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산안청 설립 기회 걷어찼다"는 조성주, 사실일까

박성우 2024. 2.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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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이 제안한 건 중요 업무 뺀 산안지원청... '진일보 막아섰다'는 평가가 타당한가

[박성우 기자]

지난 1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 제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의 결정에 "환영을 표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확고한 시행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성주 "중처법 유예 반대, 산업 안전 진일보 막아섰다"
  
 조 대표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중처법 유예안 거부에 대해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면서 산안청을 신설하는 건 의미 있는 타협일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보 전진 대신,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누리집 갈무리
 
이처럼 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면서 중처법의 현행 시행을 지지한 데 대해 정부여당이 아닌 의외의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다.

조 대표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중처법 유예안 거부에 대해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면서 산안청을 신설하는 건 의미 있는 타협일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보 전진 대신,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 대표는 "개악을 막은 게 아니라, 산업 안전의 진일보를 막아섰다. 산안청 같은 조직 신설은 초당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민주당과 정의당은 평소 노동계를 대변하더라도 때로는 '타협해서 반보만 나아가자'고 설득해야 하는데, 오로지 더 강하게 대변하는 데만 몰두한다"고 주장했다.

국힘, 단속·조사 업무 덜어낸 '산업안전보건지원청' 설립 제안 

조 대표의 주장대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산안청 신설이라는 '진일보'를 막은 것일까?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을 유예하는 대신 산업안전보건청(아래 산안청)이 아닌 산업안전보건지원청(아래 산안지원청)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산안지원청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23일 중처법 유예 조건으로 내세운 산안청에서 조사·감독 기능을 뺀 기구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단속이나 조사 업무를 덜어내고 예방·지원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한 바 있다. 그러자 미국이나 영국의 산안청과 달리 핵심 기능인 독립적인 조사·감독 기능이 없는 산안지원청은 사실상 현재 있는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와 유사한 역할을 할 뿐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러한 국민의힘 유예안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마치 민주당이 산안청 신설을 거부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다. 또한 조 대표는 인터뷰에서 영국의 산안청인 안전보건청(HSE)을 언급하며 중처법보다 산안청 신설이 중요하다는 듯 얘기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해외 주요 국가 산업안전보건 제도집>에 따르면 HSE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용될 경우 수사권은 물론이고 기소권 또한 갖는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산안지원청과는 성격이 아예 다른 기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감독·수사 기능 있는 산안청 설립하겠다고 공약까지 발표했는데 

조 대표는 지난 1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고용노동부의 외청으로 영국의 HSE, 미국의 OSHA에 해당하는 산안청을 만들겠다"며 "노동부의 순환보직 형태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숙련된 산업안전보건 인력이 감독·수사·예방정책을 집행하도록 적정 예산을 편성하고 하위법령 개정에 있어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조 대표 또한 감독·수사 기능이 있는 산안청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조사·감독 기능 등을 뺀 국민의힘의 산안지원청 제안을 거부했다며 "산업 안전의 진일보를 막아섰다"고 비판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한 산안청 설립이 가능하다면 중처법을 유예하는 '타협'을 할 수 있다는 조 대표의 주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조 대표가 소속된 새로운선택은 지난 1월 17일,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김용균의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내놓은 최소한의 반성문"이라며 "중대재해법 유예라니, 대통령은 일하는 시민의 죽음을 독촉하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중처법 적용 유예 요청을 강하게 비판하고 유예 요청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조 대표는 노동계에 '타협해서 반보만 나아가자'는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기실 기존 중처법 자체가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타협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작년 12월 한국경제인총연합회가 중소 사업장 105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단 6%만의 사업장이 중처법 이행 준비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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