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팔아 사는 남자의 이야기... "취재만 5년 걸렸다"
[장혜령 기자]
▲ 영화 <데드맨>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데드맨>은 <괴물>의 공동 각본가 출신인 봉준호 키드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설 연휴 극장가의 유일한 장르 영화다. 외화 <아가일>이 비슷한 장르지만 감동 코드를 앞세운 <도그데이즈> <소풍>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 어두운 세계에 빠져 서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범죄와 경각심이 주요 골자다. 바지사장을 중심으로 정치 컨설턴트와 인터넷 방송 채널 운영자 등 독특한 캐릭터가 어두운 배후를 쫓으며 음모와 진실을 추적한다.
바지사장은 이름을 빌려주는 서류상 대표를 뜻한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미지의 영역인 바지사장의 세계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준원 감독은 "자료조사 및 취재로 5년이란 시간 동안 바지사장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봤고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연락이 닿지 않고 만나 주지 않는 취재원과 어럽게 만나 경험담을 토대로 썼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편집, 감각적인 음악으로 변주를 주며 지금의 <데드맨>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초고를 받아 캐스팅 고민부터 디테일한 수정 사항을 보내주었다며 곱씹었다. 18년 만에 <괴물> 이후 본인 이름을 건 영화를 만들게 되어 이름값하게 되었다.
▲ 영화 <데드맨>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저축은행 파산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만재(조진웅)는 폐차장으로 위장한 장기밀매 시장에서 이름이 돈이 된다 것을 알게 된다. 불법적인 일이지만 생계를 위해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사장계 에이스로 우뚝 선 7년 차, 이만재라는 이름은 불사조와 같은 뜻을 하고 있었다.
▲ 영화 <데드맨>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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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살아있는데 죽었다니. 갑자기 데드맨이 된 것도 모자라 영문도 모른 채 중국 사설 감옥에서 갇혀 고문과 멸시를 견뎌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우 버티던 이만재 앞에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가 찾아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름도 인생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손잡겠냐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한편, 또 다른 바지사장이었던 아버지(김원해)의 복수를 위해 추적을 멈추지 않는 공희주(이수경). 인터넷 방송 '이만재는 살아있다'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진실을 좇아 투쟁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만재와 손잡은 공희주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각자 다른 목적으로 모인 세 사람은 위험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 영화 <데드맨>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과연 자기 이름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게 한다. 태어나면서 스스로 이름을 짓는 사람은 없기에 타인에게 빚지는 이름. 이름은 밝은 미래를 바라며 좋은 뜻을 담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름대로 살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온다. 이름값하며 사는 것, 분수를 아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린다.
결국 책임의 메시지를 풀기 위한 소재로 바지사장이 쓰였다. 이름 팔아먹고 사는 남자가 뒤늦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점진적으로 불러낸다. 만재(滿財)라는 이름도 영화의 설정과 맞물려 있다. 재물이 가득하라는 좋은 뜻이지만 박복한 삶은 아이러니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돈도 많이 벌려고 벌인 일은 가족의 해체를 불러온다. 이름처럼 살려고 허우적거리지만 부질없는 헛발질의 연속이 인생이란 놈이다.
초반부는 만재가 부활하기 전까지 후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사건이 개인에서 단체, 국가로 확장되고 여러 인물이 등장하며 산만해진다. 부패권력, 정경유착으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인물이 튀어나온다. 리드미컬했던 속도가 중반부터 느슨해진다. 바지사장, 쩐주, 모자 바꿔쓰기, 명의 거래 등 관련 용어와 인물이 추가되면서 곁가지가 늘어난다.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관계는 추리 영화에서 자주 쓰는 후더닛 설정으로 이끌지만. 생각보다 최종 빌런의 정체를 쉽게 찾아낼 수 있어 통쾌함은 크지 않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는 고질적인 악순환이란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돈, 명예, 권력 등 끝도 없는 욕망이 팽배하는 물질만능시대 무엇을 쫓으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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