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청년층 출산 기회비용 줄여줘야 한다

2024. 2. 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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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 모두 포기하지 않도록
여성들 난자냉동 적극 지원해야

저출생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가장 큰 부담이자 난제이다.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또 수정 발표하겠다고 하나 악화일로에 있는 저출생 추세를 돌이킬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이다 보니 국제사회에서의 논의도 다양하다. 최근 논의 중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보면, 지난 11월 미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와 연계 개최된 비즈니스 포럼, APEC CEO 서밋에서는 APEC 지역의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변화를 분석하고 회원국의 임신, 출산, 난임에 관련된 보건· 노동· 재정 정책 등을 소개, 권유하는 내용의 ‘APEC 스마트 패밀리 정책 옵션 리포트’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된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청년층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난임지원과 예방적 재생산 건강관리이다.

통상 난임 지원이라고 하면 결혼하고도 임신이 어려운 난임부부 지원을 떠올리게 되는데 국제적 논의상황에서는 결혼한 커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예방적으로 청년층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 최근 늘어나고 있는 미혼여성 난자동결 지원 필요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대형산부인과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2건에 불과하던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이 2021년 1194건으로 6년간 무려 16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난자 동결에 들어가는 비용이 통상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큰 편이다. 그런데도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이 늘어나는 것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출산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혼여성의 난자 동결은 난임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겠다.

높은 대학진학율과 군 복무 등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외국에 비해 늦은 20대 말이나 늦으면 30대 초까지 된다. 따라서 직장에서 가장 힘들고 일이 많은 시기가 30대 초 중반이 되는데, 결혼과 육아도 이 시기를 흔히 적령기라고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여성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 직장 생활에 틀이 잡히고 어느 정도 자신의 기반이 확고하게 될 때까지는 출산과 육아를 미루고 싶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난자 냉동 기술의 발달로 이렇게 출산 시기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하겠다. 직장생활의 사이클과 개인 생활의 사이클을 조화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일과 생활에서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기 폐경의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부 차원에서는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최근 서울시에서 미혼여성에 대한 지원을 시범 실시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상태이다.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우리의 현실에서는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라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본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60% 수준인 여성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대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매우 절실한 과제이다.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은 일부 오해와 달리 출산과 육아에 대한 그 사회의 여건이 어떠하냐에 따라 얼마든지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이 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의 노력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임기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격려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우리 젊은 세대들의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사)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

前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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