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미루고 토론회 불참…대통령 ‘리스크’에 공무원 속앓이

장정욱 2024. 2. 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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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2일 예정했던 업무보고 돌연 연기
기자 대상 사전 브리핑까지 마쳤는데
이유 설명 없이 무기한 미뤄 추측 난무
지난달 민생토론 이어 반복하는 돌발 상황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행동’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이 속을 앓고 있다. 약속한 일정을 예고 없이 취소하거나 미루고, 때로는 대통령실에서 그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처별 언론 담당자들은 기자들에게 행사 취소·연기 사유를 설명하지 못해 뒷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일 정부부처 두 곳은 대통령을 대상으로 연간 업무계획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해마다 연초에 진행하는 업무보고는 해당 부처가 그해 추진할 사업을 총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올해는 경제 관련 일부 부처는 ‘민생 토론회’로 대신하고, 나머지 부처는 직접 보고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를 준비한 부처는 A, B 두 곳이다. 이 중 A 부처는 사전에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차관이 백브리핑까지 마쳤다. 업무보고가 끝나면 곧바로 기사가 노출될 수 있도록 엠바고(보도 유예) 시점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후로 설정했다.

하지만 A 부처는 백브리핑 직후 기자단에 문자를 통해 엠바고를 연기해 달라고 통보했다. 업무보고가 미뤄졌다는 내용만 전달했을 뿐,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엠바고를 언제까지 연기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사실상 무기한 미뤄진 것이다.

A 부처 출입 기자들은 업무보고 연기 사유를 물었다. 대변인실에서는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본인들도 대통령실로부터 업무보고 연기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미루기로 했다’는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통보가 전부였다고 한다. 업무보고를 언제 다시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런 해명 없이 업무보고가 미뤄지자 기자단과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는 추측이 난무했다. 대통령이 지난 4일 진행한 KBS 신년대담 준비에 집중하느라 미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미룬 것 얘기도 들려왔다. 둘 다 근거 없는 추측이다.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무보고 연기 이유는 알려진 바 없다.

이날 업무보고를 예정했던 B 부처도 A 부처와 마찬가지로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B 부처 또한 연기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예고 없는 일정 연기, 공무원 조직 내부서도 불만

대통령의 예고 없는 일정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민생토론회 생방송을 행사 시작 30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당시는 그나마 대통령이 감기에 걸려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이라도 있었다. 물론 해명이 설득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토론회를 준비한 공무원과 취재를 준비한 기자단, 방송을 기다린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춘 셈이다.

이번 업무보고 연기에 대해 A 부처 관계자는 “부처에서 새해 업무보고는 연중 가장 큰 행사 가운데 하나”라며 “당연히 (대통령한테) 일이 생기면 미루기도 하는데, 이번처럼 당일에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해놓고 이유도 없이 연기하는 경우는 내 기억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보고를 위해 며칠 전부터 실·국장, 과장들은 물론 담당 사무관 등 일선의 공무원들이 준비해 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미뤄져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관해 대통령실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이란 게 대통령 명을 받아 움직이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통령실이 지금처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면 뒤따르는 공무원들은 정말 큰 혼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보고는 대통령 일정에 따라 당연히 미뤄질 수도 있다. 다만 업무보고의 중요성이나, 길게는 한 달 넘도록 준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업무보고를) 연기하려면 적어도 이유만이라도 일선 담당자들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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