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주는 달콤함, '웡카'가 다시 일깨워준 설렘
[김동근 기자]
▲ 영화 <웡카> 포스터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은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절망을 주기도 한다. 쉽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그 꿈이 막혀버리기 쉽고 다시 일어나 도전하기까지 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 일반적으로 꿈은 우리에게 달콤한 환상을 준다.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달콤함을 느낀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그 달콤함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계기를 찾으려고 애쓴다.
꿈은 초콜릿과 닮았다. 한 입 베어 물고 입안에서 녹는 초콜릿의 맛이 느껴졌을 때 느껴지는 달콤함은 무척이나 부드럽다. 그렇게 달콤함을 느끼면서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다. 마치 힘든 삶의 감초처럼 초콜릿은 모든 이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한다. 꿈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을 꺼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이야기를 할 때 마치 그 꿈을 이룬 것 같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몸 안에 도파민이 퍼지며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초콜릿과 꿈의 달콤함이 영화 <웡카>에 가득 담겨있다.
▲ 영화 <웡카> 장면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맨 첫 장면 배를 타고 새로운 도시에 입성하는 장면부터 웡카는 자신의 꿈이 모두 이루어질 거란 생각을 한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이 만든 초콜릿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긍정성을 드러낸다. 긍정적인 말을 뱉으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웡카가 자신의 목표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달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강하게 믿는다는 것이,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바보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웡카의 자신감은 그가 무언가를 이룰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웡카가 도착한 도시는 쉽지 않다. 첫날부터 웡카가 가진 돈을 쓰게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물가는 비싸다. 하지만 웡카가 가진 설렘은 그 모든 걱정을 날려버릴 만큼 강력하다.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처음 세상에 내놓을 거라는 꿈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웡카를 더욱더 설레이게 한다. 이런 웡카의 설렘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그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는 관객들 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 웡카를 돕는 인물들에게도 전달되어 꿈을 위한 도전을 하게 만든다.
결국 꿈을 향하게 하는 건 그 꿈이 이루어질 때의 설렘 때문이 아닐까.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지만 웡카의 설렘에 공감하면서 그 설렘을 꿈으로 바꾸려 노력한다.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해 돕는 것이 결국 그들 모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설렘의 힘이다.
[두 번째 감정] 웡카의 그리움
웡카는 돌아가신 엄마(샐리 호킨스)를 그리워한다. 엄마표 초콜릿을 먹으며 행복함을 느꼈던 웡카는 늘 엄마가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마치 그 초콜릿이 엄마인 것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자신이 맞이하는 도전적인 순간과 환희의 순간들을 함께한다. 그런 중요한 순간이 시작되기 직전 늘 웡카는 혼잣말로 주문처럼 이야기한다.
"엄마 한 번 해볼게요. 잘 보세요!"
마법처럼 웡카가 자신의 초콜릿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모습은 무척 자신감이 넘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엄마가 지켜보는 것처럼 웡카의 마음속엔 늘 엄마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 그것이 웡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감정이자 위기에 빠져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또한 무엇보다 웡카는 엄마가 초콜릿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고 싶었지만 결국 엄마에게 듣지 못한 채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미 웡카는 최고의 초콜릿 제조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가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좀 더 완벽한 초콜릿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을 만들어낸다. 그의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엄마표 초콜릿의 맛은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완벽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웡카가 그리워하는 엄마는 웡카의 꿈을 만들어준 인물이면서 완벽한 스승과도 같다. 그래서 웡카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에너지를 초콜릿 연구에 쏟아내고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완벽한 초콜릿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사해내고 만다. 어쩌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 웡카에게 그런 완벽한 꿈을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 영화 <웡카> 장면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에는 기존 초콜릿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심에 서 있는 슬러그워스(패터슨 조셉)는 처음부터 끝까지 웡카가 도시에서 초콜릿을 팔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초콜릿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이미 엄청난 성공을 한 그는 웡카가 만든 초콜릿을 먹어본 이후, 웡카를 도시에서 몰아내려 무척 노력한다. 사실 슬러그워스는 웡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세고 성공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웡카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용납하지 못한다.
슬러그워스는 왜 그렇게 두려움에 빠져있는 걸까. 그는 이미 경쟁회사의 사장들과 연합해서 도시의 모든 초콜릿을 독점 공급하고 있었다. 경쟁사의 사장들과 연합하면서 다른 작은 경쟁사들을 배제하기로 담합한 것이다.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콤한 초콜릿에 빠져있는 그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유입은 그들의 입지를 줄일 수 있으니 더욱더 배타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초콜릿의 맛이 웡카가 만든 것보다 떨어졌으니까!
슬러그워스의 두려움이 강력한 힘으로 표출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들의 약점을 드러낸다. 돈과 초콜릿으로 많은 사람을 매수하여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만, 자신들만의 순수한 꿈을 가지고 있는 선한 사람들에게 그것이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슬러그워스를 포함한 초콜릿 회사 사장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계속 표현했다고 느껴진다. 영화의 초반, 초콜릿 판매매장이 있는 거리에서 웡카가 자신의 초콜릿을 판매하려고 노래를 부르는 그때, 각자의 매장에서 웡카를 보는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두려움을 볼 수 있었다. 이후 그 두려움이 영화 내내 표현된다. 결국 그 두려움은 그들을 몰락시킨다.
영화 <웡카>는 꿈에 대한 동화다. 꿈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는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 어려움이 앞에 닥쳤을 때, 과거의 어떤 순간이나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하며 상황을 돌파할 힘을 얻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두려움을 맞는다. 꿈을 이루어내는 그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서, 그 꿈이 진짜 이루어졌든,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든 어쨌든 우리 모두는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영화 속 웡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친구들과 힘을 합쳤던 것처럼 우리도 친구들과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 모든 감정들과 함께. 무척이나 긍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한 초콜릿 같은 영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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