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개혁'이 되려면

조인경 2024. 2. 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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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일 사실상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전제로 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는 동안에도, 때마침 나온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결과 의대 열풍은 더 가열되고 있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설문 결과), 의료계 또한 필수의료 확충 등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의사 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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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의대와 서울대 치대에 합격했는데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요?"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재수생, N수생까지 몰려 경쟁률은 더 높아지겠죠?"

정부가 지난 1일 사실상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전제로 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는 동안에도, 때마침 나온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결과 의대 열풍은 더 가열되고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들은 의대를 선택했고, 앞으로 10년간 의사 1만5000명을 더 늘린다고 해도 당장 고액의 연봉과 정년 없는 일자리가 보장되는 의사의 직업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여전했다. 의사의 평균 소득이 일반 근로자의 평균 소득보다 7배나 높다고 하니 상위권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 계열에 진학한 신입생들이 의대 반수(재수)를 택하는 것도, 부모들이 유치원생 자녀에게조차 의대 진학의 희망을 거는 것도 말릴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수개월째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변죽만 울릴 뿐 번번이 의사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끌어온 것도 걸핏하면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받는 의사들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재차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이날도 정책 이행의 핵심인 의대 증원 규모는 공개가 미뤄졌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는 그 숫자도 고작 350~500명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부터 최대 2000명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벌써 의사들의 집단휴진, 파업 등도 거론된다. 그래서였을까.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 의료계에서 상당히 반발할 것이다. 이번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거라 보고 비장하게 각오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또는 신설 의대 유치로 대학과 지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속내다. 물론 배출되는 의사 수가 늘어나고 지역에 남는 의사가 많아지면 지방 의료 사각지대에 숨통이 트이고,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에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당초 방침대로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늦어도 오는 4월까지는 증원 규모를 확정해야 대입 전형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그간 지난한 논의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의료 현실의 고질적인 문제인 필수·지역의료 기피, 의료전달체계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 수준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설문 결과), 의료계 또한 필수의료 확충 등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의사 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그 숫자만큼 고스란히 미용의료 등의 영역으로 빠지고 말 테니 훌륭한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로 유인하는 정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정부가 의료계에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와 전공의 처우 개선, 의사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을 '당근'으로 내놓은 이유다. 공급이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의료 시장에서, 의사 수 증가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미 고갈 위기에 놓인 건강보험 재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의대 증원 정책이 총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의 여론몰이, 또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의대 정원 나눠먹기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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