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참모들과 가요 합창 설 인사…중요 대목마다 '노래 정치'

이기민 2024. 2.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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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올해 설 명절 배포할 대국민 인사 영상에서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합창 형식으로 부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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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영상에 등장하던 김건희 여사는 불참
대선 후보 시절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국빈 방미 땐 '아메리칸 파이' 불러 화제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윤석열 대통령의 노래 정치가 재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올해 설 명절 배포할 대국민 인사 영상에서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합창 형식으로 부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등의 가사가 나오는 이 노래 중간 '따뜻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설 명절 덕담을 전하는 방식이다. 이날 녹화한 영상은 설 연휴에 맞춰 오는 8일쯤 공개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명품백 수수 논란 등 각종 리스크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가 출연하는 대신 윤 대통령이 참모진과 그간 대선 후보·미국 국빈 방문 등 정치적 승부에 사용해오던 노래 정치를 다시 펼친 것으로 관측된다.

명절 대국민 영상에 한복 차림의 대통령 부부가 인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추석, 지난해 설과 추석 모두 김 여사와 함께 한복을 입고 나란히 인사하던 방식의 영상을 촬영했으나 이번에는 김 여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정치권 등 정국의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참모진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촬영한 건 윤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을 풀어나갈 때마다 사용한 '노래 정치'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천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 테죠(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승철의 노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던 데다 말실수 논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수사 관련 등으로 정치권에서 압박받던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총장 사퇴 6개월여 만에 출연한 이 방송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준수한 노래 실력을 보여줘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노래를 부른 후 "2009년 대구지검에 (부장검사)로 있을 때,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회상해 반전 이미지도 구축한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아주 아주 오래전을 나는 여전히 기억해요,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 노래를 불러줬다.

이 곡은 바이든 대통령이 2015년에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 주 법무부 장관과 함께 좋아했었던 노래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관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국빈 방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언급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노래 첫 구절이 한미상호방위조약(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을 맞아 한국은 6·25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 미국을 여전히 기억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설 인사 영상의 기획 취지에 대해 "해당 노래가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강조하던 따뜻한 정부, 정부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천편일률적인 설 인사 영상보다도 국민들에게 더 잘 와닿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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