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승 이끈 염혜선, 정관장 '흑역사'도 끊을까
[양형석 기자]
정관장이 선두 현대건설의 8연승 도전을 저지하고 5할 승률을 회복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22-25, 25-22, 20-25, 15-10)로 승리했다. 7연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을 꺾고 3연승을 내달리며 승점 40점을 돌파(41점)한 정관장은 2일 흥국생명 핀크스파이더스에게 0-3으로 패한 3위 GS칼텍스 KIXX(43점)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혔다(13승 13패).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31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지오바나 밀리나도 62.96%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2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도 64.71%의 성공률로 14득점을 기록하며 양효진(12득점)과의 대결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019-2020 시즌부터 5시즌째 정관장을 이끌고 있는 염혜선 세터는 이번 시즌에도 흔들림 없는 토스워크로 정관장의 봄 배구 도전을 이끌고 있다.
▲ 2019년 트레이드를 통해 정관장으로 이적한 염혜선은 어느덧 한송이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참선수가 됐다. |
ⓒ 한국배구연맹 |
물론 세터를 가리지 않고 균일한 기량을 보여주는 공격수들도 있지만 공격수들은 세터의 구질과 특성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구단들은 주전세터가 결정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좀처럼 세터에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도 각 구단의 주전세터들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최소 2000회, 최대 2500회 이상의 토스를 시도할 정도로 팀 내에서 높은 비중과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4일까지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세터는 현대건설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이다. 김다인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치른 26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해 2590회의 세트를 시도하면서 무려 72.49%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에는 이나연이라는 경험 많은 백업세터가 있지만 이번 시즌 이나연은 단 4경기에 출전해 5번의 세트에서 51번의 세트시도(1.43%) 밖에 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폰푼 게드파르드도 태국 국가대표 주전세터답게 입단하자마자 기업은행의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폰푼 세터 역시 이번 시즌 기업은행이 치른 26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해 2581번의 세트 시도로 69.57%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까지 주전세터로 활약했던 김하경 세터(23경기 9.62%)를 크게 앞서는 기록이다.
GS칼텍스는 예전부터 주전과 백업의 구분 없이 2명의 세터를 번갈아 활용하는 팀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안혜진이 어깨수술을 받으면서 이번 시즌은 사실상 김지원 세터가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치른 25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는 김지원은 66.79%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루키 이윤신 세터(13경기 14.56%)가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험부족이 역력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구단이 주전세터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최하위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유일하게 주전 이고은 세터가 50.67%, 백업 박사랑 세터가 25.1%라는 이상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팀 운영 속에서 나온 세터들의 체력분배가 아닌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한 전술변화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주전이 자주 바뀐 페퍼저축은행은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이고은 세터가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 염혜선은 세트당 2.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목포여상을 졸업하고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염혜선은 루키 시즌부터 27경기에 출전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염혜선은 2010년 주전'세터'였던 한수지(GS칼텍스)가 팀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주전 자리를 물려 받았고 주전으로 활약한 첫 시즌 팀의 통합우승과 함께 세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염혜선은 2013-2014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세터 부문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세터로 활약하던 염혜선은 2010년대 중반 이다영(볼레로 르 꺄네) 입단 이후 입지가 좁아졌고 2017년 FA자격을 얻어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염혜선은 기업은행에서 이고은, 이나연과 출전시간을 나누면서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그렇게 기업은행에서 아쉬운 시간을 보내던 염혜선은 2019년 FA 표승주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에 지명됐고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인삼공사는 주전세터 이재은(대구시청)이 은퇴하면서 세터 포지션에 구멍이 뚫렸고 염혜선은 새로운 팀 인삼공사에서 다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염혜선이 합류하면서 인삼공사는 세터 포지션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꾸준한 출전으로 경기감각을 되찾은 염혜선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 진출에 기여했다.
공수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영입하고도 두 시즌 연속 4위를 기록하며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던 정관장은 이번 시즌에도 4~5위를 맴돌며 봄 배구 진출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정관장은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로 3연승을 달리면서 3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만약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여자부에서 최초로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될 수 있다.
정관장의 마지막 봄 배구는 알레나 버그스마와 최수빈(포항시체육회), 유희옥 등이 활약했던 2016-2017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염혜선이 정관장 유니폼을 입은 2019년 이후 정관장은 아직 한 번도 봄 배구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정관장으로서는 이번 시즌이야말로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흑역사'를 끝낼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관장의 둘째언니이자 '야전사령관' 염혜선 세터가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이재명의 결론은 준연동형...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
- 한동훈이 비호한 영수증 '휘발'·결제시간 '은폐'...이것 때문이었나
- 태영건설이 끝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
- 10년째 불 켜진 딸의 빈 방... 엄마가 기억 지키려 모으기 시작한 것
- 김수환 추기경 뺨 때린 친일 교사... 결국 총리가 되다
- 한동훈의 아킬레스건 '고발사주'
- "7년 만에 국가청렴도 하락 이유? 민주주의 후퇴 때문"
- '예상 질문 거절' 윤 대통령에, 누리꾼들 "그럼 생방송 해라" 일침
- 잡음 속 '중텐트' 친 새로운미래... 이준석 입에 쏠린 눈
- 한 끼 16만 원? '고물가' 오명 벗겠다는 제주,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