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덮친 칠레, 최소 100여명 사망…방화 가능성도

실종자 100명 넘어…주택 6000채 피해
방화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진행 중

남미 칠레 중부에 난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99명이 숨진 것에 더해 100여명의 생사 파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칠레 킬푸에 지역에서 주민이 불에 타버린 승용차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를 보면, 칠레 중부 발파라이소주(州)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주택 3000~6000채가 피해를 봤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의 영향을 받아 금세 거세진 화마는 민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피해는 칠레의 대표 관광지인 비냐델마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특히 토요일이었던 3일에는 최대 풍속이 시속 60㎞로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엘살토였다. 지역 내 페인트 공장에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으며,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이 넘은 식물원은 90% 이상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불에 탄 면적은 1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기 수원시의 면적(121㎢)과 맞먹는 규모다.

현지 언론은 지금까지 최소 9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마카레나 리파몬티 비냐델마스 시장은 "생사 확인이 어려운 사람의 숫자는 100여명에 이른다"라며 "일부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이들도 있지만, 현재 이 추정치는 중앙정부 데이터와도 일치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지난 2010년 2월 525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 말했다. 정부가 소방관과 군 장병을 동원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칠레 당국은 여러 곳의 화재 중 비냐델마르의 라스타블라스 지역은 방화에 의한 재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당국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히며 희생자 추모를 위해 5~6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고 선포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