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엄정순 '흔들리는 코끼리'·이성자 개인전 外
편집자주 -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엄정순 개인전 '흔들리는 코끼리' = 두손갤러리는 사회적 포용성을 다뤄온 엄정순 작가의 개인전 '흔들리는 코끼리'를 진행한다. 전시는 ‘본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작가가 코끼리 비유를 통해 작업한 드로잉, 회화, 사진, 조형 등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대표작인 코끼리 조형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번 전시는 그가 활동 초기부터 작업해 온 드로잉을 다수 선보이는 공간이 눈에 띈다.
‘보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작가는 코끼리의 비유에서 찾는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와 한반도에 들어온 첫 번째 코끼리의 역사적 사건을 작품의 주요 서사로 삼는다. 또한 코끼리가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이방의 생명체로서 우리의 편견에 대한 사유를 작업에 담는다.
'코 없는 코끼리'(2022)는 ‘다름’의 모습을 포용한 작품으로 2023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에 선정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결핍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공유하며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흔들리는 코끼리'는 작가가 코끼리에 관한 두 개의 서사를 연결하여 서로 다른 시공간적 순간들이 공존하고 상호영향을 미치는 시간 개념을 시각화한 전시다. 시간 이미지를 관통하는 것은 ‘흔들림’으로 작업 속에 등장하는 코끼리, 새 그리고 사진 속 풍경을 흐릿하게 하거나 생략하여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표현했다.
흔들림의 표상은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란 존재의 변화하는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대상의 새로운 의미나 정체성을 찾는 시도를 뜻한다.
작가의 작업 전반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코끼리를 통해 보이는 것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모색해온 그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길 두손갤러리.
▲이성자 개인전 'A Collection of Woodcut Prints' =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는 이성자 개인전 'A Collection of Woodcut Prints'를 개최한다.
작가는 1951년에 한국을 떠나 파리로 건너가 조형 미술을 연구하면서 90대까지 서양 회화와 목판화에 전념했다. 그는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를 더해 파리 예술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광범위한 전시 일정으로 세계 미술 무대에 진출하여 한국 대표 모던 아티스트의 위치를 굳혔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작가는 대략 4000점의 작품을 창작하고 8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3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특히, 누보로망(Nouveau Roman) 분야 거장인 미셸 부토르와 협력해 조형 미술과 문학의 결합을 시도했고, 도자기,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시화집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창의력이 회화를 뛰어넘어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그의 작품 중 이번 개인전은 목판화를 조명한다. 관객은 한자리에 모인 작가의 목판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예술이 일치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완성한 작가의 작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4길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
▲정승호 개인전 'IN THE BOX' = 헬렌앤제이 갤러리는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IN THE BOX'를 연다.
작가는 뮤지컬 '레베카', '엑스칼리버', '베르테르' 등의 무대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며 쌓은 30년간의 경험으로 기존 회화와는 다르게 ‘박스’ 속에 인간의 형상을 담고, 다양한 배경을 유화로 선보인다.
박스 속 인간의 형상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상징함과 동시에 관람객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로도 작용한다. 인간의 형상 뒤, 배경에는 다양한 삶의 순간들과 의미를 담아 관람객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의도는 박스에 담긴 '인간'과 다양한 순간들을 보게 된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감정, 기억,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순간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인 만큼 더욱 다양한 주제와 많은 작품을 관객에게 공개한다. 전시장 1층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중점적으로 담아낸 작업을 소개한다. 2층은 ‘부엉이’를 주제로 전개된 작업을 전시하며, 마지막 3층은 블랙 앤 화이트 콘셉트로 작품으로 구성했다.
박스 속 인간의 형상과 다양한 삶의 순간이 담겨있는 것처럼 작가는 관람객 개인의 감정과 기억, 경험을 담아가는 체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길 헬렌앤제이 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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