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꼬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용의 해를 맞이하여 방방곡곡에 있는 용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용에 관련된 땅 이름과 용의 모습을 연결하는 인문 여행기이다. <기자말>
[이병록 기자]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머리는? 우락부락한 눈, 길게 뻗은 수염, 큰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 등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다. 꼬리 모습은 통상적으로 몸 끝 꼬리 부분이 몸통에 비해 가늘어진다. 끝부분은 지느러미 형태에서 털이 몇 묶음으로 갈라지는데, 갈래 숫자는 일정하지 않다.
오래된 범어사 목어는 몸체가 용의 형태이고 꼬리는 다섯 갈래이다. 2014년에 동해안 구룡포에 만든 '용의 승천-새 빛 구룡포'는 아홉 마리 용 중에 여덟 마리는 꼬리를 땅에 감추고 있고, 한 마리 용은 여섯 갈래의 꼬리가 있다.
일출 명소가 된 청주 대청호에 1997년 세워진 조형물은 뾰족한 꼬리가 허공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작가가 지은 제목은 '난 화가 났어요'이다. 인터넷에서는 '용꼬리 일출'로 알려져 있다. 용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상상의 동물이기에 사람들이 추상적인 조형물을 용 꼬리라 생각한 것 같다.
특이하게 잉어의 지느러미 꼬리로 묘사하여 다리에 만든 용 꼬리는 전남 고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먼저 고흥을 소개하면, 흥양현인 고흥읍에는 현감이 정무를 보던 존심당과 출입문인 아문이 있다. 구한말 총리대신 김홍집이 34살 때 현감으로 이곳 존심당에서 근무하였다.
존심당 앞에는 바다로 통하는 개천에 두 개의 홍문(무지개다리)에 용이 있다. 옥하리 홍교에 있는 용머리는 다리 밑에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함께 여행하던 후배에게 용 얘기를 했더니, 다짜고짜 다리 밑으로 내려간다. 용감한 후배 덕분에 용 사진을 건졌다. 다리 밑에 사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금상첨화이겠다.
▲ 용 꼬리 동해안 구룡포 ‘용의 승천-새 빛 구룡포’의 용 꼬리는 지느러미가 여섯 갈래로 되어 있고, 고흥 서문리 홍교 용 꼬리는 잉어 지느러미처럼 생겼다. |
ⓒ 이병록 |
잉어가 용이 된다고 믿은 사람들은 잉어 같은 용을 어룡(魚龍)이라 불렀다. 어룡은 절에서 목어라는 형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출세를 뜻하는 등용문은 원래 중국 황하의 거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잉어가 뛰어오르는 지점에 용문(龍門)을 통과하면 용으로 변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이야기다.
성공을 상징하는 등용문과 정반대로 경쟁에서 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도 있다. 점액(點額)은 용문에 오르다가 떨어져 이마에 상처를 입은 물고기를 뜻한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는 법이니, 점액은 등용문과 같은 뜻이다.
이 밖에도 고흥은 해안에 미르마르길이 있는데, 미르는 '물'의 옛말로써 우리말에 길 이름을 붙이니 더 정겹다. 바닷가 절벽에 용이 승천한 모습과 용의 조형물, 용바위 전설 등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이 길은 걸어볼 만하다. 해파랑길만 따라 걷지 말고, 용 꼬리를 볼 것을 권한다.
대한민국 곳곳에 용과 관련된 마을, 동굴, 산이 많다. 이 중 대표적인 몇 곳을 골라서 용을 주제와 소재로 삼아 여행기를 쓴다. 다음 편은 동해에 있는 용으로 내용은 '용호상박과 용두사미' '용은 몇 마리가 살고, 몇 마리가 승천할까?'이 될 것이고, 서해 용난굴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고흥 용암마을의 영남 용바위 전설은 다음 편에서 다룬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동 강남좌파'의 자신감 "국힘 입당 제안? 가당치도 않았다"
-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고립되고 있다
- "고철로 변한 특허기술, 떠나는 기술자들...안타깝고 참담"
- 안규백 "박용진 어렵다"... 이재명 앞에 다시 놓인 '강북을'
- 시장 열 번 간 윤 대통령이 '진짜 대파값' 모르는 이유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발각된 종섭빼기
- 바닷속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소 5억 명 목숨이 달린 일
- 조민, 1000만 원 벌금형... '공소권 남용' 주장 불인정
- 한동훈은 "제 살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 중
- 여중생 집단 성폭행 변호한 조수연, 되레 "양식 있는 기사 쓰라" 훈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