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없히왕' 히샬리송의 화려한 부활

이준목 2024. 2. 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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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과의 경기에서 멀티골, 두 자릿수 득점 대열에

[이준목 기자]

'캡틴' 손흥민이 잠시 자리를 비운 토트넘 홋스퍼에서 히샬리송이 에이스로 거듭났다. 2월 3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과 에버턴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23라운드 경기에서, 공격수로 선발출장한 히샬리송은 친정팀을 상대로 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도달했다.

히샬리송은 전반 4분 만에 우도기가 좌측면에서 올려운 땅볼 크로스를 이어받아 왼발로 방향만 살짝 바꿔 놓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히샬리송은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이어 1-1로 맞선 40분에는 제임스 메디슨의 패스를 받아 마치 손흥민을 연상시키는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다만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에버턴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13승 5무 5패를 기록한 토트넘은 승점 44점으로 5위, 에버턴은 승점 19점으로 18위를 기록했다.

승점 3점은 놓쳤지만 최근 히샬리송의 활약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히샬리송은 이날 2골을 추가하며 리그 10골 고지에 올랐다. 시즌 전체 공격포인트는 컵대회에서 넣은 1골을 포함하여 11골 3도움이다.

히샬리송은 현재 황희찬(울버햄튼)과 함께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체 득점 7위에 올라있다. 팀내 득점 선두인 손흥민(12골, 전체 4위)과는 2골 차, 리그 1위인 모하메드 살라(14골, 리버풀)와는 4골 차까지 따라붙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튀' 소리가 따라붙던 그 선수와 과연 동일인이 맞는지 놀라울 정도의 환골탈태다.

브라질 출신의 히샬리송은 브라질 아메리카 미네이루-플루미넨시를 거쳤고, 2017년 왓포드에 입단하며 유럽무대로 진출한 이후로 에버튼-토트넘까지 잉글랜드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에버턴 시절에 무려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유망주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발탁되어 A매치 48경기에서 20골을 기록했다.

히샬리송은 2022년 7월 에버턴을 떠나 토트넘으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 토트넘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6000만 파운드(한화 약 1012억 원)를 투자할 만큼 기대가 컸다. 팀의 주축이던 해리 케인-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진의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커리어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2선 공격수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번갈아 나섰지만, 각종 대회에서 총 35경기에 출전하여 고작 3골 3도움에 그쳤다. 특히 리그만 놓고보면 27경기에서 1골이었다.

브라질 선수치고는 좋지 않은 발기술과 투박한 연계능력, 에버턴 시절부터 크게 하락한 골결정력까지 단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여기에 종아리와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쳤다. 토트넘은 히샬리송의 부진 속에 지난 2022-23시즌 리그 8위와 무관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히샬리송은 여러 영국 매체로부터 해당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영입 1위로 지목되는 오명을 안았다.

1년 만에 토트넘에서 방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히샬리송은, 2023-24시시즌을 앞두고서는 주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가 돌아왔다. 새롭게 부임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초반 히샬리송을 주전 원톱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부진이 계속되자 개막 3경기 만에 이번에는 손흥민에게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손흥민이 공격수로 기용되자마자 연일 신들린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히샬리송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히샬리송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연달아 자신감을 잃고 낙담한 표정을 짓는 듯한 모습이 화제가 되며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타구니 통증 악화로 수술대에 올라 한동안 결장해야 했다.

그런데 부상에서 예상보다 빨리 복귀한 12월부터 히샬리송이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 부상 전까지 11경기에서 2골 3도움에 그쳤던 히샬리송은 최근 8경기에서는 무려 9골을 몰아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더구나 최근 토트넘이 에이스 손흥민의 아시안컵 차출을 비롯하여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여서, 히샬리송의 부활은 한 줄기 빛과도 같다.

케인도 떠나고 손흥민도 없는 상황에서 최근 토트넘의 공격은 히샬리송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이 아직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기에도 손흥민을 다시 윙으로 돌리고 히샬리송을 공격수로 기용하는 등, 어떻게든 그를 살리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 시절 출전시간과 활용법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던 히샬리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는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시즌중 수술을 결정하는 모험을 선택한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부진의 또다른 숨겨진 원인이었던 사타구니 부상에서 벗어나면서 본래의 장점이던 강한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플레이도 살아났다는 평가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에 올라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 손흥민의 토트넘 복귀는 아직 좀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빠져있는 가운데 비록 FA컵에서 조기탈락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리그에서는 히샬리송의 분전을 앞세워 선방하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걸린 4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를 벌써 2명이나 배출한 팀은 토트넘이 유일하다. 히샬리송이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손흥민이 아시안컵 이후 복귀해도 공격진을 이끌어가야 하던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 벌써 22골을 합작한 손흥민-히샬리송 듀오를 앞세워 후반기 토트넘의 대반격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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