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야 하는 질환 아니다"…오늘은 '세계 뇌전증의 날'

이금숙 기자 2024. 2.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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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월 5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뇌전증(epilepsy)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서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난다.

뇌전증은 국내에서만 한 해 15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병원을 찾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발생률은 9세 미만에서 가장 높고 이후 감소해 성인기에는 낮은 발생률을 보이다가 60~70세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일반인들이 뇌전증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뇌전증이 선천적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병으로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와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뇌 신경계 질환으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다”며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뇌전증 발작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뇌전증의 원인은 △유전 △분만 전후 뇌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발작은 크게 뇌 전체에서 시작되는 ‘전신 발작’과 뇌의 일정한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으로 나뉜다. 발작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며 입에 거품이 고이는 대발작을 주로 떠올리지만, 실제 성인에서는 국소 발작이 더 흔하다. 부분 발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나고 한쪽 얼굴만 씰룩이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와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전신 발작에는 정신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면서 눈동자와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전신강직간대발작’, 아무런 경고나 전조 증상 없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발작’, 갑자기 전격적 또는 순간적으로 전신이나 사지, 몸통 일부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근간대발작’ 등이 있다.

최윤호 교수는 “최근 뇌전증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고 수술기법이 발달하면서 뇌전증 발작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며 “누구든지 갑작스러운 뇌전증 증상을 경험하면 겁이 나고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2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 만큼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하에 진행해야 한다. 최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소개되고 있다.

나머지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는데, 이때는 수술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은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하는 등 추가적으로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 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그러나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부위가 있고, 또 수술 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난 경우에는 수술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외에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뇌자극술(RNS), 케톤생성 식이요법 등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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