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국가청렴도 하락 이유? 민주주의 후퇴 때문"

김성수 2024. 2. 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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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부패에 대한 리더의 분명한 입장 필요"

[김성수 기자]

지난 1월 30일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국가청렴도)'를 발표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점수였고 국가순위는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해 한 계단 하락했다. OECD 가입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상승했고 순위는 21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순위는 7년 만에 하락했다(관련 기사: 7년만에 첫 하락한 국가청렴도... 권익위는 상반된 입장 https://omn.kr/27b89 ).

한국투명성기구는 이에 대해 "사회 상층의 부패가 핵심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의 부패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로 특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부패 청렴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30일부터 2월 2일까지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이상학 박사와 '7년 만에 하락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와 관련해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 역할 하는지 의문... 부패에 대한 경각심 사라져"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4.1.30
ⓒ 연합뉴스
 
 - 이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7년 만에 하락한 주요원인이 어디에 있나고 보나?

"촛불운동 이후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빠르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상승이 정체되거나 일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멈추고 국가순위가 하락한 것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후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와 정당의 운영에서 민주주의적인 원칙이 후퇴하고 있으며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서 우선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는 사회 상층에서 보이는 불공정과 부패다. 흔히들 말하는 '내로남불'이 대표적이겠다. 정치인과 재벌들, 고위공직자들의 불공정 행위와 부패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러했고 현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촛불운동 이후에 진행되었던 제도적인 조치가 약화 되거나 제도의 작동이 잘되지 않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들 수 있다. 청탁금지법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문제가 되는 선물이나 식사비는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조항인데, 문재인 정부 후반부부터 계속 완화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위직 공직자들이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얼마나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막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이나 정무직 고위공무원의 이해충돌이 어느 정도 제어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선관위에서 채용특혜가 불거졌지 않나.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공직자와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을 어떻다고 판단할까. 

국정농단사태를 불러왔던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권 핵심부 인사들과 정치인, 재벌 기업인은 물론이고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촛불운동 이후 제도화 되었던 반부패 제도 장치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이러한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가 한국의 특징"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 연합뉴스
  
- 부패 문제와 관련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 리더가 부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한가? 자신과 주변에 대해서 제기되는 의혹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상태에서 반부패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 올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2023년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와 경제영역의 점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를 산출하는 원천자료 10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와 정치영역을 측정하는 원천자료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패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영역이 정치부문과 경제부문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 영역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의심스러운 거래, 인·허가나 법원 판결 등에서의 부패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대표적으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일 수 있다.

이들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2023년 나빠졌다. 이 지표들이 전체 점수를 낮추는 측면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지표들이 우리나라의 부패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들이라는 점이다. 이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이 전체 점수 개선 보다 더 중요하다."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과 관련 지난 1월 25일 영국 BBC가 <영부인의 디올백이 국가 리더십을 흔들다.(First lady's Dior bag shakes country's leadership.)>라 보도했다. 지난 1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보도했다(<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A $2200 Dior Handbag Shakes South Korea's Ruling Party.)>. 지난 1월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여사 의혹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통찰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외신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국내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는 것과 외신들이 다루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함정이라는 내용이 많은 반면에, 외신들은 정치와 정권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준이 상당히 다르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성역인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디올 가방 등) 수수와 관련 지난해 12월 19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오전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가 지금까지 사실상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 이런 외신보도들도 향후 한국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단편적인 부패사건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작동과 관련된 사건이거나, 또는 부패사건을 처리하는 정권의 태도나 수사와 처벌 등 관련 시스템의 작동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핵심은 이 사건이 일어난 메카니즘과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다. 권력 핵심부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부패라는 점, 그리고 정권과 관련 당국이 이 부패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처리방식은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언론 자유와 부패문제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나?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자란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햇살이 들지 않는 엄습한 곳을 좋아한다. 언론이 바로 이러한 햇볕의 역할을 조금은 하지 않나? 언론이 사명감을 가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어두운 곳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 부패가 심한 나라와 청렴한 나라들의 특징은?

"청렴도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사회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상거래를 비롯해 채용과 같은 과정이 공정하고,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을 비롯한 각종 조직의 운영에서 각 기관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의 가치와 잘 조화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패한 나라는 정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사회 운영에서 공정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를 깨뜨리거나 침해하는 특징이 있다. 특정 집단이 카르텔을 형성해 권력을 주무르는 경우도 있다. 몰론 그 모습은 각양각색일 수 있다."

- 검사 출신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이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다.  대한민국을 두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고 검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운영에서 검찰이나 검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검사가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방송은 방송에 대한 식견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를 비롯한 법률전문가가 사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잘 해결할 수는 없다. 법률전문가는 법률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십상이고, 검사는 검사라는 특정한 직업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개연성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검찰 출신이 정치와 정부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때 군인들이 정치와 정부를 장악한 시절이 있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정부 주요 인사들이 군인으로 채워졌던 시절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는 다양한 세력이 함께 운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균형이 공익과 사회발전에 유리하다."

-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정책 추진 대책 중 "청탁금지법 등 반부패 행위규범 내 현실과 괴리된 부분을 합리화"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금품이나 식사비의 액수를 상향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렇게 하지 않기 바란다. 청탁금지법의 식사나 선물가액을 손대는 일은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정부의 반부패의지 약화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 촛불이후 우리사회가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았고 그 결과가 사회전반의 반부패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부패인식지수의 빠른 개선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에 이러한 분위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조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으며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이 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후퇴는 이러한 경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투명성기구 이상학 대표는 서울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대한민국 열린정부위원회(OGP) 민간의장. LH공사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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