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도 위협하는 대장암, 의심 증상은…" [헬스조선 젊은 명의]

이금숙 기자 2024. 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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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대장암 명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지훈 교수
 

과거와 달리 한국인은 얼마 전부터 소시지 같은 가공육, 붉은 고기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 칼로리 높은 음식을 좋아하지만 운동은 안 해서 비만·당뇨병 같은 대사질환도 급증했다. 이런 생활 패턴이 불러온 암이 있다. 바로 ‘대장암’이다. 대장암은 가장 흔한 암이 됐다. 과잉검진 논란이 있는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대장암 발생자 수(2021년 3만2751명)는 암 중에서 가장 많다. 1990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대장암 유병률은 2배 이상 상승했고, 20~40대 젊은 대장암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도 세계 1위라고 한다. 현대인을 가장 위협하는 대장암에 대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지훈 교수를 만나 물었다. 그는 40대의 ‘잘 나가는(병원에서 환자 가장 많은)’ 대장암 수술 명의이자, 자신이 직접 대장암을 겪은 환자이기도 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지훈 교수/신지호 기자
-젊은 대장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젊은 사람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잘 받지 않는다. 암 전단계인 용종을 놓쳐 암까지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데 암에 걸릴까 싶어 증상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대장암 자체가 늘었다. 짧은 기간에 서구화된 식습관과 함께, 운동 부족이 문제다. 

-현재 국가검진은 50세 이상부터 분변잠혈검사를 시작한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대장암을 가장 확실하게 발견하는 검사법은 대장내시경이다. 현재 분별잠혈검사가 간단하고 저렴해 국가 검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대장암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 양성이 나오면 진짜 암인 경우가 10%밖에 안된다. 50세가 넘었다면 분별잠혈검사로 끝내지 말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받는 것이 안전하다.

50세 미만에서는 ‘자율적’으로 검사를 하면 된다. 대장암 증상이 있을 때 스스로 대장내시경을 해보는 것은 찬성이다. 또 집안에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좀 이른 나이인 40세부터 내시경 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 다만 국가 검진으로 모든 국민에게 대장암 검진을 해주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를 잘 따져 결정해야 한다. 대장암의 90% 이상은 50세 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까지 국가 검진을 확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의심 증상은?
‘배변 습관 변화’에 주목해야 된다. 일례로 원래 변비였던 사람이 변비인 건 괜찮지만 어느 날부터 찔끔찔끔 설사처럼 변이 나온다든지, 변을 잘보던 사람이 변비가 생기는 식의 변화가 있다면 한번쯤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대장암 증상은 암이 우측 대장에 생겼느냐, 좌측 대장에 생겼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 우측 대장은 항문에서 멀어 암으로 장에 출혈이 발생해도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빈혈이 생기거나 피가 장에서 머물다 흑색변으로 나올 수 있다. 좌측 대장에 암이 있다면 변이 가늘어지고 변을 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좌측 대장암보다는 우측 대장암이 많다. 항문으로부터 15cm에 해당하는 직장에 암이 생겼다면 혈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간혹 치질하고 헷갈리는데, 항문에서 피가 나온다면 내시경을 통해 직장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직장암은 대장암의 40%를 차지한다.

-유전 요인은 얼마나 큰가?
특정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5% 정도 된다. 정확한 유전자는 모르지만 가족 중에 대장암이 많은, 즉 ‘가족력’이 있는 대장암 환자는 10~15% 된다. 합하면 대장암의 20%는 유전적 소인이 있다. 조기 대장암이 아닌 진행성 대장암 환자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NGS 등 정밀 유전자 검사를 하기도 한다. 유전자 변이에 따라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을 하다 용종을 흔히 발견한다. 위험한 용종은? 
용종 발견율은 검사자에 따라 달라진다. 대장내시경을 잘하는 의사가 검사할수록 용종 발견율은 올라간다. 용종을 뗐을 때 암일 확률은 연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장용종의 0.2%에서 7~8%까지 암이 발견된다고 보고 된다. 한국처럼 대장내시경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는 미리미리 용종을 떼어내므로 용종이 암일 가능성이 적다. 반면 의료 후진국에서는 내시경을 자주 하지 않아 용종이 발견됐다면 암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용종의 크기가 2cm 이상 이면 암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용종 모양이 삐죽삐죽하고 거칠게 보인다면 암이 있을 확률이 높다. 용종을 떼면 세포 분화도가 좋지 않은, 즉 암으로 진행 가능성이 높은 용종이었는지 조직검사로 확인한다.

-대장용종을 발견한 사람의 검진 스케줄은?
대장내시경에서 용종이 10개 이상 발견됐다면 다음 해에 내시경을 다시 해봐야 하고, 3개 이내로 발견됐다면 5년마다 검사를 하면 된다. 크기가 크고 세포 분화도가 안 좋은 용종이 나왔다면 개수 상관없이 3년 내 한번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내시경은 같은 의사에게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장 천공 위험이 있어 용종을 완벽하게 다 못 뗀 경우, 의사가 6개월 만에 다시 검사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대장암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이뤄지나?
대장암 수술의 90%는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암이 아주 크거나 유착이 심한 경우에만 개복 수술을 한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에게 장점이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의사 입장에서는 수술 때 병변을 확대해서 보다보니 수술을 정밀하게 할 수 있다. 복강경의 가장 큰 장점은 ‘확대된 시야’다. 과거에는 복강경 팔이 꺾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여겨졌는데, 요즘에는 복강경 팔도 로봇처럼 꺾여 수술이 용이해졌다.

-로봇은 직장암 수술에 유리하다?
직장은 골반 깊숙한 곳에 있어 암이 생기면 구조적으로 손이 닿지 않아 수술이 어려웠다. 그런데 직장은 항문과 연결돼 있어 아주 정교하게 절제를 해야 한다. 로봇은 팔 관절이 360도로 꺾이면서 골반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3차원 시야를 보면서 손떨림 없이 정교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의사가 앉아서 수술 하니깐 수술 피로도가 낮은 것도 장점이다.

-대장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 때는?
대장암 중에서도 직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많이 한다. 직장암은 조금만 커져도 골반, 방광, 질, 자궁, 비뇨생식기 쪽에 암이 침범한다. 조기 직장암이 아닌,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선행 방사선 치료를 해서 암 크기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절제 범위를 최소화 하고 항문도 살릴 수 있다. 방사선 치료 후에는 조직이 잘 아물지 않는 문제도 있는데, 수술 테크닉적으로 염증이 덜 생기게 한다.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항문으로부터 2cm 안에 생긴 암은 항문을 못 살린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암이 항문 괄약근을 완전히 침범하지 않았다면 수술을 최소화해서 항문을 살릴 수 있다. ‘괄약근간 절제술’은 항문 괄약근을 최대한 살려 항문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이다. 항문에는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이 있다. 내괄약근 주변으로 외괄약근이 감싸는 형태인데, 암을 절제할 때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사이로 들어가서 암을 잘라내고 괄약근은 최대한 살린다. 최근에는‘복강경 경복강 경항문 직장-에스결장절제술 및 결장항문문합술’도 시도한다. 이 수술은 항문을 통해서 직장을 자르고 빼내는 것이 핵심 술기다. 직장암은 위치상 위에서 내려가서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항문쪽으로 들어가면 괄약근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종양이 크더라도 완전 절제를 할 수도 있다.

-대장암 환자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씀
암 진단을 받으면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라. 대장암은 완치율이 70% 이상 되는 예후가 좋은 암이다. 대장암 4기라도 해도 3분의 1이상이 완치가 된다. 대신 기존의 생활습관을 철저히 바꿔야 한다. 술·담배는 끊고 과거에 식사를 마음대로 했다면 이런 습관들도 바꿔야 한다. 가공육과 육류 섭취를 줄이고 살코기 위주로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가금류, 콩, 우유, 생선, 채소는 충분히 먹어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지훈 교수/신지호 기자
김지훈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인천성모병원 외과 부교수이자 외과계중환자실장이다. 직장암 환자가 최대한 자기 항문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수술 때 항문 살리는 술기에 중점을 둔다.

인천성모병원에서 2019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올해의 교수상(진료 실적 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환자를 많이 봤다. 40대 중반의 젊은 교수지만 지금까지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2000례했다. 그는 대장암 명의이자 환자이기도 하다. 2022년 여름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만 43세였다. 대장 절제와 간 절제 후 항암 치료까지 마무리 했다. 대장암 치료 후 환자를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환자의 작은 말에도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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