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표?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죠"...'3할+30도루' 박찬호가 돌아본 2023시즌 [캔버라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캔버라, 유준상 기자) 풀타임 5년 차에 접어든 2023년, 박찬호(KIA 타이거즈)는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가 받아들인 성적표는 130경기 452타수 136안타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34.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입단한 박찬호는 2019시즌부터 5년 연속으로 매 시즌 130경기 이상 소화했다.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면서 확실한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첫 3할 타율과 2년 연속 30도루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올겨울 연봉협상에서 공헌도를 인정받은 박찬호는 팀 내 비FA 재계약 대상자(외국인 선수 제외) 중에서 최고 연봉자가 됐다. 지난해 2억원에서 50% 오른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박찬호는 3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3일 차 일정을 마무리한 뒤 "여러 지표들에서 수치를 많이 끌어올린 건 긍정적이었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유를 딱 한 가지만 꼽을 수 없고,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이었을까. 박찬호는 "타석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고, 또 상대 배터리가 나를 어떻게 승부할지에 대해 예측하고 생각했던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기술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분석을 통해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며 "데이터팀의 자료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상대 배터리의 성향이나 투수의 특징 및 로케이션 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박찬호는 2021년(24개), 2022년(22개)보다 적은 15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는 "원래 수비는 자신 있었던 부분이다. 물론 실책 수가 좀 많긴 했는데, 수비력이 실책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박기남 수비코치님이 날 믿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믿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선수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귀띔했다.
또 박찬호는 "코치님이 가장 강조하는 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훈련을 할 때도 내가 힘들다고 하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믿어주시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게 됐다.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믿음에 보답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도움이 된다"고 박기남 코치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냈다.
주루 능력 또한 코치에게 공을 돌린 박찬호는 "조재영 주루코치님이 준비하시는 자료들을 보면서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다. 도루를 하는 건 다 코치님께서 만드는 것"이라며 "(김)도영이처럼 어떤 투수가 나오든 엄청 빠른 스피드로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닌 만큼 미리 준비한 자료에 따라서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박찬호를 괴롭힌 건 부상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 인대를 다쳤고, 정상적으로 타격을 할 수 없었다. 엔트리에서 제외된 건 아니었지만, 100%의 컨디션을 뽐낼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박찬호는 10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KT 투수 이선우의 투구에 팔뚝을 맞으면서 부상을 입었다. 병원 검진 결과 왼쪽 척골 분쇄 골절 진단으로 핀 고정술이 필요하고 재활에만 12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결국 박찬호의 2023시즌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박찬호뿐만 아니라 나성범, 최형우 등 시즌 내내 KIA에는 크고 작은 부상자가 많았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박찬호는 "안 다칠 자신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니까 좀 속상하더라. 마음이 이상했다. 이런 일을 겪는다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며 "아무래도 그때 너무 중요한 시기였고, 개인적으로 페이스가 좋았던 시기였다"고 아쉬워했다.
박찬호는 "모든 타자들이 적재적소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그중 한 명이었던 내가 이탈함으로써 뭔가 어긋난 느낌이었다. 솔직히 그때(9월)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상 이후 3일 정도 지나니까 방망이를 잡을 수 있겠더라. 2주 후에 타석에 들어서긴 했지만, 3일 지났을 때와 2~3주 흘렀을 때 (통증의 강도가) 다를 게 없었다"며 "차라리 시즌 초반에 이런 일이 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렇게 된다면 팀 상황도 달라질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여러모로 많이 자책했다"고 돌아봤다.
2023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비시즌에 돌입한 박찬호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LG 트윈스)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황금장갑을 품은 선수는 오지환(154표)이었지만, 박찬호(120표)와의 차이는 34표 차에 불과했다. 투표인단이 박찬호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특히 박찬호는 수상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상식에 참가했고, 많은 팬들 사이에서 '2위의 품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런 관심이 쏟아질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대비하고 시상식에 갔다. 그때 인터뷰를 했던 것처럼 시상식장 풍경이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했는데, 그동안 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가는 것 자체가 '불청객'이라고 생각했다. 수상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언급됐으니까 같이 축하해주고 그러다 보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며 "120표라는 결과를 본 뒤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다. 언제 그걸 꿈꿔봤을까. 남들처럼 탄탄대로를 걸었던 게 아니다.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런 자리에 올라갔으니까 더 욕심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각오는 없다. 박찬호는 "늘 '지난해보다 나은 시즌을 보내자'고 생각했다. 남다른 마음가짐을 가질 연차는 지난 것 같다. 지금은 담담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며 "타율, 도루 개수 관계없이 더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싶다. 올 시즌에 사고 한 번 칠 테니까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캔버라,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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