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과 '야수의 심장' 황희찬 빛난 8강전 뒷이야기.txt
또 심장 떨어지는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상대 호주를 꺾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2-1 역전승이었는데요. 경기 내용만 두고 보면 '벼락치기'였다고 부르는 축구 팬들이 적지 않아요.
전반 42분 선제골을 먹힌 후 후반까지 득점을 하지 못하다가, 추가시간 6분 사이에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따냈습니다. 원래 키커였던 손흥민 대신 황희찬이 나서서 골을 넣었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죠. 16강전에 이어 다시 연장전이 이어졌고, '캡틴' 손흥민이 황희찬의 도움으로 얻은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대표팀은 2-1 극적 승리에 성공했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도 경기 직후 "가끔 0대1로 먼저 실점한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승부였어요.
경기를 돌아보면 4강 진출 좌절 1분 전 페널티킥 찬스가 드라마틱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황희찬의 등장에 감독도 당황했는데요. 득점으로 이어졌기에 망정이지, 골을 넣지 못했다면 선수 본인도 죄책감에 괴로웠을 순간이었어요. 이와 관련 황희찬은 당시 손흥민의 호흡이 올라온 것 같아 스스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내가 (손)흥민이 형한테 (페널티킥을) 차고 싶다고 했다. 형도 바로 '오케이'라고 해 줬다"라며 "대표로 뛰는 경기에서 모든 동작에는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당연히 페널티킥도 나만의 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축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고 해요. "그런 부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페널티킥을 차면 안 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죠.
손흥민도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었고, 황희찬이 자신 있게 자기가 '차고 싶다'고 했다"라며 "황희찬도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후배에게 흔쾌히 페널티킥을 넘긴 까닭을 전했습니다. 2015년 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눈물을 쏟은 적이 있는 그는 9년 만의 설욕에 성공해 기쁜 모습이었고요. 이를 두고 손흥민은 "2015년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경기들, 경험들 덕에 여기까지 성장했다"라고 주장다운 면모를 보였어요.
'캡틴'의 멋진 모습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두 경기 연속으로 연장전을 치르고 모두 승리를 쟁취한 경험에 대해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게 대회의 묘미"라면서도 "나라를 위해 뛰는데 아픔은 핑계일 뿐이다. 이제 4팀만 남아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싸우게 되는데, 어떠한 핑계나 힘듦도 필요 없다. 한가지 목표만 가지고 나아가겠다"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이제 4강전은 한국 시각으로 7일 자정 요르단과 치릅니다. 철벽 수비를 담당하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대표팀 선수들의 놀라운 정신력은 여전히 믿음직스럽습니다. 올해 설 연휴에는 대표팀의 결승전을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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