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적극 투자"… 벤처·스타트업 "체감 안돼"

김대현 2024. 2. 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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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전년比 53% 감소
VC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두드러져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지난해 쌓아둔 드라이파우더(펀드 조성 후 집행하지 않은 자금) 등을 기반으로 올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재개할지 기대된다. 다만 스타트업·벤처 기업들은 "아직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5일 벤처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적 스타트업에 대한 전체 투자건은 1429건으로 2022년 2236건 대비 36.1% 줄었다. 투자금 합계는 7조309억여원으로 전년 14조9075억여원과 비교해 52.8% 감소했다. 더브이씨는 "저금리 정책으로 투자 호황이 정점을 찍은 2021년 당시 투자금이 전년 대비 192.9% 급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도 투자 시장이 상당 부분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출처=더브이씨(THE VC)]

한국VC협회 조사에서도 신규 투자 금액 합계가 2021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 투자금은 5조3977억원이었다. 2021년 7조6802억원에서 2022년 6조7640억원으로 줄어든 것보다 감소 폭이 컸다. 신규 투자를 받은 기업도 2022년 2474곳에서 지난해 2281곳으로 줄었다.

VC 투자, 체급별 '빈익빈 부익부'

VC 체급별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선 중소형 VC의 투자활동이 움츠러들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1년간 미투자'를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다윈인베스트먼트와 네오인사이트벤처스, 예원파트너스,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 등 4개사였다. 특히 2022년 출범한 네오인사이트벤처스는 지난해 5월 '자본잠식'으로 경고를 받아 시정조치를 완료했는데, 올해 들어 재차 자본잠식 경고를 받았다. 시정조치를 완료한 뒤 신규 펀딩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자본금을 깎아 먹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VC 등록이 말소된 업체는 총 4곳이었고, 올해에도 이랜드그룹의 VC인 이랜드벤처스가 라이선스를 내놨다.

반면 대형 VC는 견조한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실탄을 확보했다. 지난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아주IB투자 등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600억원 규모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을 결성하며 역대 최대 규모 펀드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케이비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하나벤처스 등 금융 계열 VC는 모그룹의 출자 능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VC 업계 관계자는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하는 모양새"라며 "한쪽으로 투자금이 몰리면 다른 곳에 투자할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최대 규모로 만들어진 펀드엔 국내 대표 기관이 대부분 들어갔다. 수년 뒤 펀드가 잘 안되면 국내 벤처기업 투자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VC 업계 "세컨더리 투자 활성화 등 대안 필요"

각 VC가 드라이파우더를 토대로 올해부터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업체들은 "아직 전반적인 투자 활성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신년회에서 한 벤처기업 임원은 "VC들이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아직은 말뿐인 선언 같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 투자금이 상반기보다 늘어난 점이 희망적이긴 하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게 아닐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VC 업계에선 중간 회수 활성화를 위해 이미 투자된 벤처·스타트업 구주와 지분을 거래하는 '세컨더리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초 투자자는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고, 신규 투자자는 보다 검증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세컨더리 투자의 장점이다. 최근처럼 경제 불확실성과 고금리 등 영향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됐을 때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9100억원을 출자해 1조7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출자 예산은 부처 예산 4540억원에 회수 재원 4560억원을 더한 규모다. 지난해 투입한 6640억원과 비교해 37%가량 늘어난 것으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자금을 모두 집행한다. 그간 2~3차 정시 출자사업까지 진행하기 위해 예산을 분할했던 것과 비교된다. 신생·소형 VC 전용 '루키리그'엔 올해 예산의 10%인 1000억원을 출자한다. 체급별 세분화를 통해 대형 VC로의 투자금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초기 투자의 다양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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