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치' 美 증시, 2월엔 상승 랠리 멈추나
빅테크 '깜짝 실적'에 증시 랠리 낙관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미국 뉴욕증시가 전통적으로 계절적 약세장인 2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 주가가 이미 높은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이 후퇴하면서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이 흘러나온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증시의 상승 탄력이 상당하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S&P500 지수의 지난 30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2월은 9월, 8월에 이어 역사적으로 수익률이 세 번째로 낮은 달로 나타났다.
S&P500 지수가 2월에 하락한 건 지난 30년간 14차례로 집계됐다. 절반 가량은 약세장을 기록한 것이다. 통상 2월 초에는 주가가 오르지만 투자자들이 2월 중순께 수익 실현에 나서며 강세장이 끝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2월에도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지난 2일 S&P500 지수는 1.07% 상승해 최고점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0.35%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야데니 리서치가 1월 마지막주 투자자를 대상으로 향후 증시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세장 대 약세장 비율은 2021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낙관론이 오히려 증시가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 산재했지만 시장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5.25~5.5%로 4연속 동결한 이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월 금리인하 전망을 일축했다. 식어가는 듯했던 미국 고용지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2일 발표한 1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35만3000건 늘어났다. 지난해 1월(48만2000건)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자, 전문가 전망치(18만5000건)의 두 배에 달했다.
조기 금리 인하 전망은 둔화되고 있지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빅테크 주가는 이미 충분히 높다.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5배다. S&P500 PER 20배를 훌쩍 상회한다.
NEIRG 자산관리 사장인 닉 기아코우마키스는 "주식시장에는 '열광적인(rah-rah)' 군중심리가 존재한다"며 "일부 트레이더들은 Fed가 오는 3월부터 올해 6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등 자신들의 와인에 취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며 "현재 (주가) 수준에서 빅테크 주식을 계속 매수한다면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5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94% 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증시 분석업체 스탁 트레이더 알마낙의 편집자인 제프리 허쉬는 "주식은 곧 하락할 준비가 됐다"며 "S&P500이 이달 5000선을 돌파한 뒤 4% 하락한 4800선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랠리가 적지 않은 지속력을 갖고 있으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히 남아 있다.
빅테크의 호실적이 강세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 1일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한 후 창사 이후 첫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2일 메타 주가는 20.3% 급등했다. MS, 알파벳, 애플, 아마존 모두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을 내놨다.
CFRA 리서치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샘 스토벌은 "S&P500이 1월에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면 74%의 확률로 2월에도 신기록을 세웠다"며 "1월과 2월에 역대 최고점을 찍을 경우 연간 수익률은 15.8%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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