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 ‘경기도 분도’ 수용…한동훈, 열세 북부지역 9곳 노린다
4·10총선에서 108석에 달하는 서울(49석)·경기(59석)를 잡기 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 광장에서 열린 김포검단시민연대 주최 시민대회에서 “지금 경기도는 너무 커졌다. 그래서 경기도가 경기도민의 삶을 꼼꼼하게 챙길 수가 없다”며 “경기 ‘동료시민’들이 원하는대로 서울 편입도, 경기 분도도 주민 뜻을 존중해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권이 추진해왔던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에다 그동안 야권이 주도권을 잡고 진행해오던 경기 분도를 병행해 경기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볼만 하다”고 별러온 서울 지역과 달리 경기 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에는 배준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수도권 생활개선 TF’도 발족시켜 두 어젠다를 한꺼번에 추진하기 위한 실행작업도 개시했다.
두 어젠다 중 경기 분도의 경우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30년 가까이 논의된 과제다. 특히 행정·재정 면에서 경기 남부에 비해 소외감을 받는 경기 북부에서 지속 요구해왔지만, 역대 경기지사마다 입장이 갈리는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는데, 국민의힘 전임 지도부는 이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경기 분도를 약속하면서 여권에서는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경기 북부 15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힘 현역이 있는 곳은 2개(동두천-연천, 포천-가평)지역 뿐이다. 나머지 지역 중 국민의힘은 경기 북부의 행정·경제 핵심지역인 고양(4개)·남양주(3개)·의정부(2개) 등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경기 북부 지역 출마자는 “경기 분도가 이뤄질 경우 수혜를 입게 되는 의정부 등에서 유권자의 긍정적 반응이 많다”며 “분위기가 한번에 확 바뀌진 않겠지만 적어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게 결집하는 양상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중순 본격적인 공천심사를 앞두고는 수도권 ‘스윙(Swing·경합)’ 선거구의 인물 재배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도부 차원에서 조율에 나선 흔적이 보인다.
4파전 양상이던 마포갑은 당 지도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다. 이 지역은 이용호·조정훈·최승재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 등 출마해 과열 양상이 벌어졌다. 이에 지도부가 나서서 출마자를 설득했고, 지난 2일 이용호 의원이 “당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며 서대문갑 출마로 먼저 방향을 틀었다. 최승재 의원도 다음날 “당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수도권 승리를 이끌겠다는 방침에 공감한다”며 경기 광명갑으로 출마지를 옮겼다. 이로써 마포갑은 신지호 전 의원과 조정훈 의원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다른 한강벨트 요지에도 당초 타 지역 출마를 타진하던 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영등포을에는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노리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뛰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중-성동을에는 기존 지역구(부산 해운대갑)를 두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 외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혜훈 전 의원까지 3파전이 됐다. 중-성동갑 지역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대항마로 한 위원장이 윤희숙 전 의원을 부각하고 있다.
한 위원장과 당 지도부는 경기도에선 수원 5개 선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두 민주당 현역이 있는 지역인데 이에 맞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이수정 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수원정) 등 영입 인재가 도전장을 냈다. 이에 당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수원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유 전 의원 출마를 위해 삼고초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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