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대상 2.4배 느는데…수사 인력은 고작 15명 늘렸다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관련 수사 대상은 약 2.4배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하지만 이를 수사하기 위한 인력 정원은 올해 고작 100명에서 115명으로 15명 늘어나는 데 그친다. 현장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행안부, 올해 중대재해 수사인력 15명 증원
4일 법제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지난 2일 입법예고한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은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중대재해 관련 조사·수사 인력을 올해 15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6급 정원이 7명, 7급 정원이 8명 늘어난다. 지난달 27일부터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는 데 따른 정원 확대다.
지금까지 중대재해 수사 인력은 정원 100명에 정원 외 인력(33명)까지 합쳐 총 133명으로 운용됐다. 여기에 정원이 15명 늘어나면 수사 인력은 148명으로 확대된다. 다만 순증되는 정원은 공무원 채용 절차 등을 거쳐 수급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인력 확대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은 지금의 수사 인력 그대로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고육책으로 각 지방관서의 산재예방지도과 및 건설산재지도과 정원 23명을 중대재해수사과로 재배치해 수사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서류상으로 중대재해 수사 인력은 총 171명까지 확대된다. 다만 이마저도 각 지방관서의 인력 운용 상황에 따라 재배치가 지연될 수 있는 데다, 수사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예방 인력을 계속 빼 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 대상은 2.4배 확대…이미 1주일새 3건
이렇게 수사 인력이 최대폭으로 늘어나더라도 확대된 중대재해 사건을 처리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수사 대상이 약 2.4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459명 가운데 58.2%인 26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6~7명 꼴이다.
이미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된 지난달 27일 이후 1주일 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과 강원 평창군에서, 지난 1일 경기 포천시에서 각각 끼임·추락·깔림 사고로 30~50대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상시근로자가 최소 10명에서 최대 25명인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사업장이 작을수록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만큼 처벌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중대재해 수사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수사보다 확인해야 하는 절차와 서류가 많고, 처벌 수위도 높은 만큼 법리 검토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에 감독관을 파견해 조치하고 산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했지만, 중대재해법은 훨씬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한 만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 인력 충원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재 전문 인력 키울 독립 청 필요”
여야 협의가 불발되면서 논의가 사그라진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재해만을 전문적으로 예방하고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울 필요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본부 구조에선 쉽지 않다”며 “산재 예방 예산이 낭비 없이 실효성 있게 쓰이기 위해서라도 독립 청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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