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포스코 회장 선거를 보며
직원 의견 반영 아예 불가능
특정고 편중에 실세 개입說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일이 이렇게 요란할 일인가. 새 제도 도입을 위해 참고했다고 하는 금융지주도 이렇게 시끄러운 적 없었다. 처음 도입한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사법 리스크’부터 현 정권 실세 개입설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종 후보군 면면을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유력 후보들의 탈락 이유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몇몇은 왜 최종 후보군에 들었는지도 알 길 없다. 누가 되더라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재계 순위 5위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거 얘기다.
포스코는 그동안 회장을 뽑을 때마다 일었던 정권 개입설을 불식시키겠다며 후추위 제도를 만들었다. 후추위에 임직원은 아예 빠졌고, 사외이사 7명만 참여했다. 어떠한 개입 없이 회장을 선임하겠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이번 후추위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후추위 가동 이래 30여명의 후보군으로 시작해 최종 6명이 정해지기까지 ‘깜깜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보가 공개되지 않으니 하마평만 무성했다. 최종 후보가 공개된 뒤엔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명단에 들었는지, 회장 후보 자격은 있는지 궁금증만 증폭됐다. 후추위가 스스로 밝힌 회장 후보 5가지 자격요건인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정직성·윤리’에 이들 후보가 맞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도 아직 없다. 후추위는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이 특히 우수한 분들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만 밝혔다.
불투명한 절차가 낳은 폐단은 또 있다. 굴지의 철강기업 회장을 뽑는 일에 사실상 개입하려는 세력들이 난무했다. 포스코 본사가 있는 경북 포항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이사회 호화 해외 출장’ 논란을 꺼내며 후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도덕성을 건드렸다. 결국, 이 건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또 후추위 가동 초반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자처하며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7.25%(2023년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김 이사장의 발언은 ‘포스코 회장 선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50년 넘는 역사의 포스코 수장을 뽑는 일에 임직원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후추위가 전권을 쥐고 있어서 포스코 임직원의 공간은 전혀 없다. 회장 등 수뇌부의 전횡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회사의 주인인 임직원을 배제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31일 모 시민단체와 일부 유튜브 채널이 최정우 회장이 후추위 회의장에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후추위 측이 “유언비어”라고 반박한 일도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벌어진 일일 수 있다.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영원한 ‘LG맨’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연말까지 포스코 회장 내정설을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극구 부인하던 권 전 부회장이 최종 후보군에 들고 나서는 입장을 180도 바꿨다. 그는 측근을 통해 “나라를 위해 3년만 해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권 전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정경유착’ 꼬리표를 어떻게 뗄지가 중요해진다. 만일 최후의 1인이 된다면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종 후보들은 왜 하나같이 ‘올드맨’인가. 6명 모두 남성이고, 평균 나이는 64.8세에 달한다. 4명이 50년대생이다. 주요 대기업조차 60년대생 CEO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70년대생 대표를 배출하며 세대교체에 나서는 것과 딴판이다.
경쟁사인 현대제철도 사장이 만 55세다. 또 1명(고려대)을 뺀 나머지가 서울대 출신이다. 권 전 부회장 포함 후보 3명은 정권실세로 불렸던 이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누가 회장으로 뽑히더라도 가시밭길이 훤하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김민영 산업1부 기자 my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엇갈린 ‘몰래녹음’ 판결…초3은 안 되고, 자폐아는 되고
- “아줌마, 그거 못잡아요”… 이 말에 나선 진짜 ‘시민덕희’
- ‘명절 선물 1위’ 현금 제친 이것…“겉면 마크 확인해야”
- “北, 중국산 둔갑한 인조속눈썹 수출…판매액 수천억원”
- 한국팬 ‘경기장 청소’에… 日 “일본 존경해서” 주장
- “미안하다”… 40대 아빠, 뇌병변 딸과 숨진채 발견
- 9년전 엉엉 운 막내…“그 덕에 성장” 끝내 웃은 손흥민
- ‘이들을 잊지마세요’…순직 소방관, 근무지 들렀다 영면
- 털모자 쓴 배현진, 피습후 첫 행사…한동훈 동행 [포착]
- 유동규, 계양을 출마…“난 전과도 없어, 이재명 이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