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루틴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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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듯하지만, 어쩌면 하나의 삶 속에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관성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침 메뉴는 어떤 것을 고를 것인지, 오늘은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지, 어떤 책을 읽을지 등과 같은 보편적인 선택지도 존재하지만 다음 걸음의 순간에 왼발과 오른발 중 어느 쪽을 먼저 뗄지 결정하는 일 역시 일종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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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듯하지만, 어쩌면 하나의 삶 속에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관성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침 메뉴는 어떤 것을 고를 것인지, 오늘은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지, 어떤 책을 읽을지 등과 같은 보편적인 선택지도 존재하지만 다음 걸음의 순간에 왼발과 오른발 중 어느 쪽을 먼저 뗄지 결정하는 일 역시 일종의 선택이다. 하나의 선택을 통해 발생한 결과는 다음 선택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가능성이란 하나의 삶 속에 거의 무한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각각의 개체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수행하는 과정과 그 공간을 우리는 세계라고 부른다.
수많은 선택지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인간의 생애는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유는 오히려 제한을 통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따뜻한 물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스트레칭을 하는 오전 루틴 역시 선택지의 개수를 조금이나마 줄여서 에너지를 아끼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나의 선택을 미리 해두면 다음 선택을 위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창작 수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종종 사용하는 비유가 있는데 우리는 광막한 사막에서 모래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잘 놀기 위해서는 놀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이 필요하다.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단어가 꼭 들어간 시를 쓴다든가, 분량을 얼마로 정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제한을 둘 때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일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러 선택지를 이미 확정된 상태로 만들어두고 원하는 불확정성을 택하여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유로운 모험을 하는 것이 최근의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루틴화를 통해 나에게 덜 중요한 선택들을 이미 해놓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삶을 더 지루하게 만들겠지만, 중요한 것들은 그만큼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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