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가파르게 늘어… 교단마다 “연금 곳간 바닥 보일라” 비상

손동준 2024. 2.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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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은퇴를 앞둔 박상태(가명·69) 목사의 한숨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인 그는 교단연금은커녕 국민연금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은퇴한 지 13년 된 김 목사는 매달 교단에서 지급하는 연금(은급) 80만원과 노령연금 53만40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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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목회자 연금 리포트] <상> 베이비부머 은퇴의 역습


내년 은퇴를 앞둔 박상태(가명·69) 목사의 한숨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인 그는 교단연금은커녕 국민연금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말 그대로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박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노후 대책이 없다”며 “이 정도 살았으면 됐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박 목사에 비하면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출신인 김득수(가명·83) 목사의 처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은퇴한 지 13년 된 김 목사는 매달 교단에서 지급하는 연금(은급) 80만원과 노령연금 53만4000원을 받는다. 합쳐서 130만원 남짓. 그러나 2024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인 가구 최저생계비 220만9656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김 목사는 “그나마 은급이 있어서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 목회자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연금 납부자보다 수령자가 급증해 기금 고갈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처럼 연금재단을 운용 중인 교단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상당수 교단의 자산 증가 비율은 수급자 증가 비율을 밑돌고 있다.

기감의 경우 올해 은퇴자 수가 123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30명이나 늘었다. 기감은 앞으로 5년 후에는 한 해 은퇴자 수가 200명 선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교회 부담금을 점진적으로 늘려온 것도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984년 제도 시행 당시 교회 부담금은 경상비의 1%였다. 그러나 기금 고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부담금 비율은 1.5%→2%(2016)→2.2%(2023)로 계속 올렸다. 2021년에는 은퇴 목회자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의 상한을 월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낮췄다.


한국교회에서 연금제도가 가장 잘 갖춰진 교단으로 꼽히는 예장통합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예장통합은 2022년 제107회 총회에서 대대적으로 연금 제도를 손봤다. 신규 수급자부터 연금을 3% 감액해 지급하기로 했다. 감액률은 해마다 3%씩 누적된다. 2027년이면 -14.93%가 적용된다. 기존 수급자에 대한 지급액도 해마다 1.5%씩 줄여 나간다.

수도권에서 목회하는 이모(54) 목사는 “앞서 은퇴한 선배 목사님들은 최고호봉 기준으로 390만원까지 연금 수령이 가능했는데 내가 은퇴할 때가 되면 150만원 선으로 줄어든다”며 “늦게 목회를 시작한 터라 최고호봉까지 채울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창규 예장통합 연금재단 사무국장은 “연금이라는 게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데 받을 사람은 많아지고 부어주는 사람은 적으니까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저출산 초고령화 저성장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이냐는 연금을 운용하는 모든 교단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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