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2024. 2. 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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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최근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가치 네트워크 기반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술 정보의 상호 공유 과정에서 기술 유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전쟁이 확대되면서 국가간 생존을 위한 기술 확보·강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기술 유출 사고는 일반적인 사이버보안 사고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주로 전자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기술 정보는 유출이 되더라도 원본 파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유출 사고 자체의 발생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둘째, 사이버보안 사고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발생하는 보안사고당 손실 규모는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국내 조직 간에 발생한 기술 유출 범죄가 유출된 기술의 중요성과 수요처의 다양화에 따라 국제적 범죄로 확대되고 있다.

「 기술 유출, 경제에 심각한 영향
적발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처벌 강화하고 전문인력 키워야

김지윤 기자

다양한 형태로 쉼 없이 발생하고 있는 기술 유출 사고는 기업 수준을 넘어 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경제 안보 개념에서 해결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술 보호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기술 유출 사고 범죄자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과 적용 현실화가 요구된다.

최근 양형기준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으나, 현실적 적용을 위해서는 기술 유출 손해 금액 산정 방식에 있어 피해 기업의 투자비와 시장 손실, 기회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객관화된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로 국가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과 전문 인력 등에 대한 기술 보호 지원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보유한 조직(기업·대학·연구소 등)에 대해 기술 보호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 마련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대응과 구별되는 내부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화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보안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운영하는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국가 수준의 경제적·비경제적 지원과 함께, 등급 수준별로 차별화된 보안 관리 규정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산업별로 기술 유공자를 선정, 산업기술 전문단체 회원으로의 활동을 보장하고 연금 등의 지원을 검토하는 한편 대학·연구소 현장 등에서 그간의 경험적 지식을 공유할 기회(강의·자문 등)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전문 인력의 등급 수준에 따라 보안 교육, 외국인 접촉 신고, 외부 자문 제한, 겸업 금지 보상과 계약 등과 같은 보안 관리 방법의 선택적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종류 및 유형별로 연관된 현재의 다양한 기술 보호 관련 법령(산업기술보호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방산기술보호법 등)을 조정하고 통합함으로써, 산업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산업 보안 정책과 실행 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통합된 법체계 마련과 함께 기술 보호를 전담하는 기관을 공공기관 형태로 통합하고, 산업 보안 인증제도와 성숙도 모델을 개발·적용함으로써, 기술 보호 수준에 대한 객관성 확보와 동시에 조직이 스스로 기술 보호 수준을 측정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기술 보호 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기술 보호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해당 인력은 보안기술 개발과 운영 역량과 함께 보호 대상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의 보안 내재화를 위해 이공계 학과에서 산업보안 과목을 공통으로 개설, 대학 및 대학원에서 융합적인 산업보안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현재 산업현장 보안 인력에 대한 재교육 과정 진행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많은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유출될 경우, 되돌릴 수 없으며 시장 출시의 기회마저 잃게 된다. 현재 첨단전략산업과 연결된 선도기술의 확보가 증가하면서 국가적 수준의 기술 보호 정책과 제도를 포괄적인 시각에서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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