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우리와 남
현재 미국 남부 국경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폭증하는 불법 입국 난민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못하겠다며 텍사스 주 정부 단독으로 올해 1월 25일 국경 봉쇄 작전을 결정했다. 주 정부가 국경에 철조망과 장벽을 설치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단속에 직접 나선 것이다. 연방정부는 이에 대해 대법원을 동원해 장벽 철거를 지시했고, 텍사스 주는 국경 도시 이글 패스의 공원을 무력으로 장악해 국토안보부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미국의 국경 정책은 다가오는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는 하루 1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인류의 긴 역사를 볼 때 한 사회 공동체가 ‘남’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갈등의 소지를 지녀왔다. 외국인을 대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태도를 보면 기원전 5세기 전반의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전후로 그 어조가 바뀐다. 도시국가 간에도 항시 무력충돌은 있었지만 공통적인 언어·문화·종교를 통해 그리스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했다. BC 5세기에 들어 역사상 처음으로 페르시아 대국에 대항해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힘을 모아 싸워야 했고, 그 후 타국인을 칭하는 용어 ‘바르바로스’가 더더욱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다.
비교적 국수주의적인 고대 그리스에 비해 로마 제국의 이민 정책은 흥미롭게도 진보적이었다. 노예를 제외하고는 모든 남녀노소가 로마 시민권을 가질 자격이 있었으며, 그 조건은 본토의 관습을 버리고 로마의 언어·문화·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예도 일정 기간의 노역 이후 자유민이 되어 로마 시민이 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러한 전략적인 문화 동화 정책은 방대한 영토의 제국을 유지하는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그 역효과가 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역사는 하나의 관점에서 보기 힘든 그 무엇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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