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20명 ‘탈 아시아’ 외치던 일본, 8강서 짐 쌌다

송지훈 2024. 2. 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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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을 꺾은 이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경기 막판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한 일본의 간판 수비수 이타쿠라 코. [AFP=연합뉴스]

아시안컵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이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일본은 지난 3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중동의 강자’ 이란(21위)에 1-2로 역전패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이란이 페널티 킥으로 극적인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일본이 중도 탈락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결승 맞대결도 무산됐다.

일본은 그간 ‘탈 아시아’를 기치로 내걸고 경쟁력을 다졌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독일을 잇달아 2-1로 꺾으며 16강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독일과 튀르키예를 상대로 4골씩 넣으며 대승을 거뒀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일부 유럽파 선수들 사이에서는 “아시안컵은 (월드컵보다 수준이 낮아)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런 일본이 8강에서 탈락한 건 내부적 요인 탓에 스스로 무너진 결과다. 경기력 면에서는 ‘골키퍼 리스크’가 치명적이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이 주전 수문장으로 낙점한 가나계 혼혈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22)이 실수를 연발하면서 수비진도 덩달아 흔들렸다. 대회 직전 A매치 10경기에서 6실점(45골)에 그쳤던 일본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8골이나 내줬다. 일부 팬들이 잔인한 수준의 인종차별적 악플을 쏟아내자 위축된 스즈키가 실수를 거듭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래도 모리야스 감독은 수문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경기 외적인 악재도 있었다. 주축 공격수 이토 준야(랭스)가 대회 도중 성범죄 혐의로 피소돼 라커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당초 이토 ‘즉각 퇴출’을 선언했던 일본축구협회(JFA)가 은근슬쩍 결정을 철회하려다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은 뒤 다시 퇴출로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것도 화를 키웠다.

일본 언론은 선수단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게키사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버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아시안컵 현장을 누빈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는 “일본은 (26인 엔트리 중) 20명을 유럽파로 채웠지만, 손흥민 같은 리더가 단 한 명도 없다”는 탄식이 나왔다.

한편 이란은 우승 후보 0순위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못지않은 집중력과 승리에 대한 의지가 돋보였다. 이란은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한 개최국 카타르와 오는 8일 0시 4강전을 치른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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