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현역 30명 사실상 컷오프…비명·친문 폭발전야
“소리 없는 총성이 곧 울릴 것이다.” 4일 익명을 원한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의원의 말이다. 지난주 4·10 총선 예비후보 면접심사에 돌입한 민주당은 ‘1차 경선 지역 후보 발표(6일)→경선투표(19~21일)→경선 결과 확정(2월 말)’ 등의 일정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번 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가 시작되면 해당 의원들의 반발로 공천을 둘러싼 내분이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하위 20%에 해당하면 경선 득표율에서 20%가 깎이고, 하위 10%는 30%가 깎여 사실상 공천 배제에 준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30여 명 선인 하위 20% 이하 명단에 친문·비명계 의원이 얼마나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최근 비명계 의원 다수가 포함된 출처 불명의 지라시가 돌자 지도부가 즉시 “가짜뉴스”라고 수습에 나선 일도 있었다. 야권 관계자는 “(친문·비명계에) 공천 학살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면 탈당 움직임이 역대급으로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친명계 인사들이 친문계 현역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팰 대로 패었다. 4선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는 초선 이동주(비례) 의원이, 초선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는 초선 양이원영(비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를 선언했던 이수진(비례) 의원은 돌연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 중원)로 방향을 틀며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재선 강병원 의원의 서울 은평을에 김우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3선 전해철 의원의 경기 안산 상록갑에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재선 신동근 의원의 인천 서을에는 모경종 전 당 대표실 차장 등 원외 친명 인사들이 맞불을 놨다.
공천 현장에서는 ‘친명계 vs 비명계’의 갈등 구도도 가시화했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장에서 벌어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재선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면접장에서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이 “(강북을에) 민주당을 공격하는,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함께 있던 박 의원이 “(정 전 의원 발언은) 이미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최근엔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에 출사표를 냈는데, 이 지역이 전략 선거구로 지정되면서 당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될 거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때부터 친문계가 “임 전 실장에게 경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자 “물러서는 게 맞다”(1월 20일, 윤용조 전 당 대표실 부국장),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 정치적 양심을 보이라”(1월 2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반박이 이어졌다. 친문계 인사는 “임 전 실장 거취가 총선 전 계파 갈등이 증폭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열 양상은 공천 윤곽이 잡힐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선거제에 대한 당 지도부 기류가 병립형 비례제 회귀로 기운 뒤 ‘탈당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 아니냐’는 비명계의 우려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병립형은 현행 준연동형과 달리 거대 양당에 유리한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병립형이 시행되면 신당 등 제3지대의 파괴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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