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사상 첫 민족주의자 총리 탄생
16세에 임신·출산해 학교에서조차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소녀가 3일(현지시간)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총리가 됐다. 주인공은 미셸 오닐(47·사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소속이다. 북아일랜드 역사상 이 진영에서 총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닐은 이날 총리직 수락 연설을 통해 “모든 북아일랜드인을 대표하는 첫 번째 총리가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신페인당은 지난 2022년 5월 자치의회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며, 총리 지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친영(親英) 성향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의 연립정부 구성이 무산되면서 자치정부 출범이 지연됐다. DUP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본토인 브리튼섬과 아일랜드 섬 사이에 교역 장벽이 생긴 것에 불만을 품고 연정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최근 영국 중앙정부와 무역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연정에 복귀했다.
1977년생인 오닐 총리의 아버지와 사촌은 과거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무력 투쟁을 벌였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일원이었다. 반면 오닐 총리는 뼛속부터 민족주의자지만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해왔다. 지난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때 조의를 표했고, 찰스3세 국왕의 대관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선거 때도 ‘아일랜드와의 통일’이라는 민족주의 열망 대신, 브렉시트 충격 이후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을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오닐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이전과 다른 정치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가 16세에 첫딸 시얼샤를 출산한 경험을 자주 언급한 것이 젊은이들과의 공감 포인트가 됐다. 오닐은 “아이를 낳자 세상이 나를 미혼모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경험이 나를 더 강한 여성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해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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