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라메의 웡카…채플린을 닮았네

나원정 2024. 2.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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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영화 ‘웡카’는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전 세계 진귀한 재료로 만든 마법의 초콜릿을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여정을 담았다. 실제 180㎝ 장신의 배우 휴 그랜트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난쟁이 움파룸파 부족을 연기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의 대표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이 천재 과자 발명가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돌아본 뮤지컬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로 돌아왔다. 배우 진 와일더 주연의 1971년 뮤지컬 영화와 2005년 조니 뎁 주연,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잇는 ‘초콜릿 공장’ 세계관의 세 번째 영화이자, 원작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이다.

할리우드의 청춘 아이콘 티모시 샬라메(29)가 웡카 역을 맡았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우주 SF 대작 ‘듄’(2021)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 4억202만 달러(약 5382억원) 흥행을 기록하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 첫 도전인 ‘웡카’에선 낙천적인 청년 사업가가 됐다.

원작의 웡카는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 부족 움파룸파족(‘웡카’에선 휴 그랜트가 연기) 외엔 아무도 믿지 않는 은둔가다. 그런 캐릭터를 각본·연출을 맡은 폴 킹 감독이 새롭게 해석했다. 킹 감독은 영화 ‘패딩턴’ 시리즈에서 런던의 사고뭉치 곰 패딩턴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웡카’에도 ‘패딩턴’ 풍의 가족애,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마법 색채를 불어넣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박훈정의 ‘신세계’ 등 한국 감독들 영화를 거쳐 할리우드에 진출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진 와일더의 웡카가 괴팍하고, 조니 뎁의 웡카가 몸만 자란 소년 같았다면, 샬라메의 웡카는 상처받아도 일어서는 몽상가다. 그는 어릴 적 엄마(샐리 호킨스)와의 추억이 어린 최고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디저트의 성지에 입성하지만, 경찰·가톨릭 사제까지 매수한 유명 제과점들의 위협에 시달린다. 꿈밖에 없는 빈털터리지만, 웡카는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들을 아낌없이 돕는다. 킹 감독은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영화 ‘이민자’(1917)의 찰리 채플린이 웡카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웡카’는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전 세계 진귀한 재료로 만든 마법의 초콜릿을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여정을 담았다. 실제 180㎝ 장신의 배우 휴 그랜트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난쟁이 움파룸파 부족을 연기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샬라메를 캐스팅한 건 그의 최근작과 관련 있다. 그는 인육을 먹는 방랑자들의 로드무비 ‘본즈 앤 올’(2022), 지구 멸망 소재의 세태 풍자 코미디 ‘돈 룩 업’(2021) 등 비관적 세계관 속에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는 청춘의 표상을 연기했다. 지난해 12월 ‘웡카’의 북미 개봉 후 “복잡한 인간성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설탕”(워싱턴포스트), “윌리 웡카 캐릭터표 노래방 같다”(롤링스톤) 등 너무 착하고 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샬라메의 도전만큼은 빛난다.

‘웡카’에서 그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간다. 솜사탕 구름, 캔디 강이 흐르는 환상 세계에 무리 없이 녹아들면서도, 가난한 청년 사업가를 짓밟는 자본가의 계략을 영리하게 돌파한다. 킹 감독은 “샬라메는 어딘지 이상하지만, 매력적이고 강인한 웡카의 복잡한 면을 잘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샬라메에 대해 “기계적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배우”라며 “그냥 찍었을 뿐인데 촬영을 잘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107명의 댄서와 함께한 뮤지컬 장면은 샬라메가 대역 없이 소화했다. 음악감독·보컬 코치·안무가와 함께 촬영 시작 4개월 전부터 ‘아이돌급’ 훈련을 거쳤다고 한다. 그 스스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당시 샬라메가 고교 시절 통계 과목 과제로 제출한 자작 랩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그때 킹 감독이 그의 쇼맨십을 눈여겨봤다. 우디 앨런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에선 피아노를 직접 치면서 쳇 베이커의 재즈곡을 불렀다. ‘웡카’에서 샬라메는 오리지널 넘버 6곡과 함께 1971년 영화에서 진 와일더가 불렀던 ‘완벽한 상상’(Pure Imagination)의 편곡까지 소화했다.

‘웡카’로 제작비의 4배인 전 세계 5억 달러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샬라메는 오는 28일 ‘듄2’ 개봉도 앞뒀다. 또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어 컴플리트 언노운’의 주연도 맡았다.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전기 영화 ‘앙코르’(2005)를 만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오랜만에 음악 영화에 복귀하며 샬라메를 점찍었다. 극 중 밥 딜런의 노래도 샬라메가 직접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맨골드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로건’의 감독이기도 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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