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내시경 독자개발 100억 투자 유치 ... ‘이 스타트업’ 어디?[내일은 유니콘]
내시경도 일회용 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종전 의료업계에서 재사용 내시경이 대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 상황이 반전됐다. 재사용 내시경이 교차감염 소지가 높고 유지관리 비용, 수리 후 기능 저하 등 약점이 많이 노출되면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틈새시장이 있다고 보고 창업(2018년)에 나섰던 다인메디컬그룹 이성훈 대표는 감염병 시대가 도래하자 빠르게 제품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 주목한 투자업계는 1차(시리즈A, 2022년)로 43억원, 최근 1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 올해 초 국내병원 납품 시작, 인도네시아로 첫 의료기기 수출 등 장래가 밝다는 이유에서다. 투자 혹한기에 처한 바이오 업계에서 이 금액을 투자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창업멤버 중에는 내시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각자 전략기획, 세일즈 등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관련된 부분은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만 찾으면 회사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생각한 대로 된 셈입니다.”
참고로 회사명 ‘다인(Dyne)은 물리학에서 ’무게 1g의 물체를 1cm 옮길 수 있는 힘의 단위‘에서 따왔다. 이 대표는 “아주 작은 힘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시경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시경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내시경이 있다. 일반인은 건강검진 때 쓰는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정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비인후과에 가면 코에 넣어 비강 부분을 진단할 때 쓰는 기기(인후경)도 내시경의 일종일 정도로 내시경 종류는 많다. 다인은 스타트업으로서 진출이 가장 용이한 틈새시장을 찾아봤다. 바로 비뇨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이었다.
Q.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 시장에 왜 주목했나.
가장 빠르게 재사용 내시경에서 일회용 내시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일회용 내시경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내시경은 모두 ‘재사용’한다. 물론 한번 사용한 뒤에는 내시경을 세척하고 멸균하고 나서 다시 사용하지만, 간혹 이러한 세척, 멸균 과정을 마친 후에도 교차감염에 대한 위험요소는 남아 환자나 의료진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위험성과 관련, 미국 FDA에서 조사했고 이러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으로 일부 분과 내시경에 대해서는 일회용 내시경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이런 교차감염 위험성 외에도, 기존의 연성요관경의 경우 잦은 고장으로 평균 15번 사용이면 고장이 나서 수리해야 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었다.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수리 기간이 평균 2개월 이상 걸린다. 반면 일회용 내시경은 매번 사용할 때마다 온전한 성능과 내구성의 내시경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재사용 내시경 회사들처럼 대규모의 고장수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장점도 있었다. 초심자 입장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내시경의 모든 기능과 성능, 디자인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정말 모르기 때문에 역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제품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성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단순화시키거나 빼기도 하고, 안전성이나 내구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기존 제품 대비 더 보완하고 추가하기도 했다. 이런 결정들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다른 의료기기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했던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 등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제품에 반영해서다.
실제 어느 정도 제품의 커다란 형태가 잡힌 무렵부터는 거의 1개월에 한 번씩 월말 평가를 받듯이 제품 성능 테스트를 실제 사용자인 의사와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수술환경에서 진행했다. 인체와 비슷한 환경의 3D모델 시뮬레이터에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준으로 테스트를 해보면서 숙제를 해결했다. 결국 기술이 중심이 아닌 ‘사용자’가 중심이 된 제품 개발 덕분에 기술 내재화를 할 수 있었다.
Q. 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잠재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일회용 내시경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 중 비뇨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은 연평균 15.3%로 꾸준하게 성장하며 2030년까지 9조원가량의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후 교차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전문의료인의 인력부족 현상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제품 세척, 멸균 시간과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 되고 있어서다.
Q. 동남아 수출을 곧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해외 시장 개척 현황,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1분기 내에 첫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의 수출 실적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FDA 510K 획득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며 연내에 획득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현재 판매하고 있는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인 ’우루스(URUS)‘를 시작으로 호환 가능한 치료용 악세서리들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비뇨의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 의료기기 품목군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다인메디컬그룹이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계속해서 강화할 것이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은가?
상장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대한민국 10대 의료기기 회사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여주겠다. 현재 미용, 치과, 체외진단 쪽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내시경’이라는 새로운 품목군을 구축, 대한민국의 의료기기 제조, 수출 역량을 강화한다라는 의미도 있다. 다인을 시작으로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이 보다 다각화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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