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물결로 다가온 ‘하이브리드 워크’ [편집장 레터]
연결점이 없거나 심지어 대립적인 영역 간 경계 모호해져
설합본호를 만들었습니다. 매년 설 합본호를 만들 때면 ‘올해의 단어’를 생각하곤 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열심히 고민해 찾아낸 ‘올해의 단어’는 ‘하이브리드’입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의 그 ‘하이브리드’냐고요? 맞습니다. 그 ‘하이브리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하이브리드 말고도 우리 옆 여기저기에서 하이브리드가 숨 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하이브리드 근무’입니다. 윤 대통령은 “하이브리드 근무, 유연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노사 간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죠.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하이브리드 근무’. 재택근무도 아니고, 유연 근무도 아니고, 하이브리드 근무가 뭐냐고요? 예를 들어 5일 중 2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3일은 회사에 출근하는 식으로 근무하는 형태를 ‘하이브리드 워크’라고 합니다. 아주 솔깃한 단어지만, 과연 가능하겠냐고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이긴 하지만, ‘하이브리드 워크’는 분명 ‘일하는 방식’을 바꿀 거대한 물결이 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한국 기업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꼭 재택과 출근 근무를 섞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육아기 재택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주 4일제 등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모두 ‘하이브리드 워크’라고 볼 수 있겠죠(p.32~44 커버스토리).
근무만 하이브리드로 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극심해 시계제로인 올해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재테크도 하이브리드로 해야 합니다. 이틀은 주식, 사흘은 채권 투자를 하는 식이 아니라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하라는 얘기입니다(p.52~57).
하이브리드 근무도 하이브리드 재테크도 모두 좋지만, 하이브리드 하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지난해 한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주가 올 들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그만큼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죠. 하이브리드카의 ‘르네상스’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도 보여드립니다(p.58~62).
‘하이브리드(hybrid)’는 원래 동물이나 식물 등의 잡종, 혼종, 이종을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생물학에서는 오랫동안 다양한 잡종을 만들어냄으로써 이전 종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죠.
사실 현대 문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잡종성(hybridity)’입니다. 연결점이 없거나 심지어 대립적으로 여겨진 영역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이전에 없던 ‘완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 최근 대학 입시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인 ‘무전공 선발’도 결국 문이과 융합이라는 하이브리드를 지향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고, 언제부턴가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K푸드의 선전 뒤에도 ‘한국 음식에 뿌리를 두되 현지 분위기와 취향에 맞는 나만의 한식을 만들기 위한’ 하이브리드적 노력이 자리합니다(p.70~80).
이 정도면 ‘하이브리드’가 올해의 단어로 손색이 없어 보일까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6호 (2024.02.07~2024.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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